이미 오래 전에 기본소득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워낙 유명하지 못한 사람의 독백(獨白)이었기에 아무도 눈여겨 보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떤 정치인이 기본소득사회를 주장하자 갑자기 큰 이슈가 되는 것을 보면서, 이 세상에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음에 크게 안도하고 공감한 바 있다.비학자(非學者)인 나 같은 사람이 무슨 학문적 바탕이 있다고, 당시로서는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그런 발상을 가진 것이 아니라, 일생을 정보 통신 관련 엔지니어로 살아오면서 지극히 자연스럽게 예측되는 미래가 연상되었을 뿐이다.창세기에, ‘아담’과 ‘이브’는 젖과 꿀이 흐르는 ‘에덴동산’에서 무노동으로 살았다고 하는데, 참으로 짓궂어 보이는 신(神)의 장난으로 이브가 선악과(善惡果)를 따먹게 된다. 그리고 신은 금단의 열매를 딴 이브의 죄를 물어 인간을 에덴동산에서 추방, 평생 노동하지 않으면 먹지 못한다는 벌을 내리게 되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오늘날까지 사람들은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 그렇게도 노동에 시달려 왔지만, 지금도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보다 더 큰 일은 없어 보인다.그러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을 보면서, 인류가 스스로의 기술로 드디어 원죄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인데, 모든 분야에서 무노동 생산이 가능한 사회가 유지되려면 기본소득 분배는 특히 기발한 발상도 아니며 대단히 자연스러운 귀결이다.우리가 그렇게도 혐오해온 공산주의 체제가 실패한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오직 노동해야 먹고 살 수밖에 없는 사회 환경 속에서 섣불리 막시즘(Marxism)을 도입, 소위 만민평등(萬民平等) 무계급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이상만으로 인간의 본능적 탐욕과 자유의지를 무시한 전체주의를 추구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데올로기 경쟁에서 승자가 된 자본주의 체제는 과연 이대로 존속될 수 있는 것인가가 문제인데, 내가 보기엔 끝없는 식탐(食貪)으로 지나친 비만(肥滿)이 되어 결국엔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 아닌가 한다. 인류 역사에 지금처럼 부(富)의 양극화(兩極化)가 극에 달한 적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30%를 위한 사회가 10%를 위한 사회로 바뀌더니, 드디어 1%에서 다시 0.1% 그리고 또 0.01%만을 위한 사회가 만들어 진다면, 나머지 99.99%의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하고, 그 때에는 이 지옥 같은 경쟁이 과연 멈추어질까?지금 우리나라 0.01%의 사람들이 비축한 재산이 무려 300조원에 달한다는 통계를 믿고 싶지 않지만, 아마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태세인데, AI와 로봇이 거의 대부분의 노동을 담당해버릴 미래, 아니 이미 현재가 되고 있는 마당에, 99.99%의 사람들과 0.01%의 사람들 사이에 벌어질 극한 생존 경쟁을 위한 평화적 합의는 무엇인지 궁금해진다.사람들이 국가를 만들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유는 자명하다. 너는 죽고 나만 살자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기로 작정하고 집단을 만든 것인데, 어느 날 집단 내에서 기득권이 된 사람들은 이제 비기득권(非旣得權) 사람들을 잉여 인간으로 취급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태평양에 고립되어 있던 ‘갈라파고스’에 단 한사람의 생존자도 남을 수 없었듯이, 이 지구라는 행성 역시 광대한 우주공간의 갈라파고스임을 좀 알면 어떨까?기본소득(基本所得) 사회주의는 공산주의(共産主義)가 아니라 공생주의(共生主義)임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