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퀴드 폴리탄’. 2024년 트랜드코리아에서 언급한 이 단어는 말 그대로 액체라는 뜻의 리퀴드(Liquid)와 도시를 의미하는 폴리탄(Politan)의 합성어로 도시와 지역이 액체처럼 유연하고 서로 연결되며 다양한 변화를 보이는 가변체라는 점을 강조한 용어다. 전통적인 도시가 정주인구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면 인구 감소 시대인 지금은 유동적인 유목적 생활이 확산되면서 필요에 따라 이동하며 생활하는 생활인구로 인구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이제는 과거의 ‘고정된 도시, 지역’이 아닌 여러 구성원이 어우러지는 ‘유연한 도시, 지역’으로 지역의 정체성도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사람들은 SNS를 통해 소도시 혹은 시골 지역의 스토리가 가미된 빵, 음료, 사진명소 등 그 지역만의 고유하고도 독특한 매력에 매료되어 직접 맛집이나 관광지를 찾아가서 다양한 경험을 즐기는 문화가 생겼다. 관광지로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강원도 강릉 강문해변 머슬비치에도 헬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는데 이 또한 ‘리퀴드 폴리탄’의 모습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대중교통이 급속도로 발전되고 경험을 소비하는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어 기존의 지역이 닫혀있는 지역민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물과 같이 흐르는 곳으로, 시대에 발맞추어 외부 요인들과의 연결에 따라 함께 변화하고 있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리퀴드 폴리탄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도시를 의미한다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는 해양, 즉 바다도 가변적이고 다채로운 공간으로 변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제3의 물결’ 의 저자이며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해양개발’을 미래 인류문명을 주도할 4대 핵심산업으로 전망했다. 해양산업 발전이 과거,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경제사회 속에서도 국가 발전의 핵심 키워드라는 것이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해양관광산업 투자를 점차적으로 늘리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19년 어촌뉴딜300사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어촌특화재생사업을 통해 권역별 맞춤형 해양레저관광 명소 등 지역특화 해양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또 경상북도는 ‘동해안을 해양레저관광 글로벌 거점으로 육성’이라는 정책 목표를 발표했고, 이에 발맞춰 경주시는 감포읍 권역을 신라 문무대왕의 역사적 상징성을 접목한 해양 힐링거점으로 조성하여 새로운 해양관광 명소로 발전시킬 계획이다.전국적으로 어촌뉴딜사업을 시행중인 우리 공사도 해양관광 사회간접자본(SOC)조성사업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올해 3월 ‘경주 해양레저관광거점조성사업’을 경주시로부터 일괄 위·수탁했다. 경북본부는 오는 2027년까지 약 490억원을 투입하여 경주 나정해변 일대에 레저체험장, 고라섬풀장, 해양조각공원 등 신라천년 역사와 바다관광을 융복합한 해양레저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나정해변이 차별화된 해양레저관광지로 자리매김하여 체류형관광객 유치, 일자리 창출, 주민 복지 증진 등을 이루어 지역경제 발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 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그동안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하던 요트, 서핑 등 해양레저에 대한 진입장벽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강원도 양양 죽도해변 서피비치에 해양레저문화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듯이 나정해변도 ‘경주 해양레저관광조성사업’ 추진을 통해 사계절 주야간 체험형 테마가 있는 문화공간으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클러스터 거점으로, 경북의 내륙과 해양을 아우르는 종합레저관광지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나정해변이 침체된 경북지역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새로운 리퀴드 폴리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