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무(無)의 공간에서 빅뱅(Big bang)이 일어난 이래, 무려 137억 년이나 흐른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서서 하늘을 쳐다보게 되었다. 그 길고 긴 광음(光陰)을 통해, 불가능할 것 같은 확률의 우연이 겹쳐 드디어 탄생한 생명, 그 생명체가 비록 단 세포를 가진 미생물에 불과할지라도 생명이야말로 이 우주의 신비이며 참으로 고귀한 자연 진화의 산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물며 인간임에랴!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라고 한 ‘고오타마 싯다르타’의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선언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한 인간의 존엄성은 종교가 아닌 과학으로도 입증된 사실로 보이는데, 때문에 불가(佛家)에서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살생을 금기시 하였지만, 우리는 지금도 살생(殺生)으로 생명을 유지해야만 하는 모순된 생명체로 진화되어 있는 것이야 어쩔 수가 있을까?   따라서 비록 타 생명의 자양(滋養)으로 우리가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 숙명을 가졌다 해도, 인간이 진실로 지성체(知性體)라면 타 생명에게 미안하고 감사해야 할 것이며, 비록 미물일지라도 그 생명의 고귀함만은 잊어서 안 될 터인데, 근래 사람의 생명을 미물의 생명보다도 못하게 여기는 자들이 있으니 그 죄를 다 어찌할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회자되는 '아인슈타인'박사는 질량이 곧 에너지라는 등식 E=MC²의 발견이 대량 학살무기 제조의 기본 공식이 되는 것을 보고 그의 말년을 죄책감으로 보낸 듯이 보이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듯,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 하나가 수 만 명 사람들의 목숨을 단숨에 빼앗아간 반면, 측량하기 어려운 수의 전사자(戰死者)를 속출시킬 참혹한 전쟁을 조기에 종식시켰을 뿐만 아니라, 우리는 오늘날까지도 에너지 분야에서 원자력의 해택을 보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그리고 그 가공할 핵에너지의 위력 때문에, 핵폭탄은 단 한 차례 일본에 사용된 후 지금까지 그 사용이 인류의 집단 지성에 의해 억제되어 왔는데, 최근 들어 세계 분쟁지역에서 공공연히 핵무기 사용 위협이 있었음은 주지된 사실인 것 같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한반도에서까지 핵무기가 운운되고 있는 것은 실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류 최초로 실전에 사용된 핵무기는 소규모의 우라늄탄으로, 현재 강대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수소 핵폭탄과 비교하면 장난감 폭죽 정도에 불과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발의 그 조악한 핵폭탄으로도 도시 하나를 증발시켜버릴 정도의 위력이 있음이 입증되었기에, 그 후 어떤 전쟁에서도 인류 문명 자체를 말살시키기에 충분한 그 가공할 핵폭탄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던 게 아닌가?   태어나면서 전쟁을 체험한 내가, 다시 전쟁으로 얼마 남지도 않은 것 같은 삶을 끝낼까봐 두려운 것이 아니라, 무려 137억년이나 되는 그 장구한 세월의 진통으로 이 땅에 태어난 뭇 생명들의 운명이, 한두 명 정신 나간 광인(狂人)들의 무지한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   하기에 나는 집단 지성을 오도하기에 여념이 없는 저 사악한 무리들과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 대중을 기만하는 자들, 그리고 기만당하는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천벌(天罰)을 두려워하기 전에 인벌(人罰)부터 두려워하라고... 일단의 과학자들이 지금 인류 멸종을 얘기하고 있는 것은 종교적인 의미의 ‘아마겟돈(Armageddon)’이 아니라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빚어진, 대단히 과학적인 근거에 의한 필연적 종말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되새겨 볼 일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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