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와 GEM이 공동으로 인도네시아에 양극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하기로 한 것은 에코프로의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키 위한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의 승부수라는 평가다. 나아가 중국의 LFP의 시장 침투로 삼원계로 대표되는 K 배터리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비책(秘策)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배터리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에코프로비엠-中 GEM과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에코프로비엠이 중국 전구체 제조사인 GEM과 손잡고 양극소재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을 인도네시아에서 추진한다. 이와 함께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GEM의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지분을 인수해 전구체에 이어 제련업에 본격 진출한다.에코프로 최대주주인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은 GEM 허개화 회장과 최근 에코프로 오창 본사에서 만나 이 같은 방안에 합의하고 임직원들에게 사업 취지를 직접 설명했다. 해당 사업은 제련-전구체-양극재 등 양극 소재 생태계 전반을 포괄할 것으로 예상돼 획기적인 비용 절감을 통해 양극소재 시장 가격을 크게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GEM은 인도네시아에 니켈 제련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편 전구체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이동채 전 회장은 “파괴적 혁신 없이 현재의 캐즘(첨단 기술 제품이 얼리어답터가 지배하는 초기 시장에서 대중화로 넘어가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수요가 줄거나 정체하는 현상)을 돌파할 수 없다. 지난 10년 간 GEM과 맺어온 돈독한 신뢰를 기반으로 제련, 전구체, 양극소재를 아우르는 통합시스템을 구축할 사업을 인도네시아에서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허개화 GEM 회장은 “이 전 회장, 에코프로와 10년 동안 협력을 바탕으로 현재의 배터리 소재 사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한 몸이 되기로 했다”면서 “하이니켈 분야의 세계적 강자인 에코프로와 협력을 공고히 하고 기술혁신을 통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광산에서 양극재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 확보할 것 양극 소재 산업은 광산, 제련, 전구체, 양극재 등 크게 네 부문의 생태계로 구성되는데 GEM은 니켈 제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하이니켈 양극소재에서 세계 1위라는 점에서 두 회사의 협력은 게임 체인저가 될 전망이다.에코프로는 이와 관련, GEM과 실무작업을 추진할 TF를 구성하고 빠른 시일내에 사업구도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또 에코프로 그룹에서 전구체 사업을 담당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과 허개화 회장은 GEM이 보유한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공장 ‘그린에코니켈’ 사업을 통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제련업 진출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부합하는 니켈 자원 확보를 지원키로 합의했다.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은 “과잉 생산으로 인한 캐즘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에코프로도 현재에 안주하다가는 3~4년 뒤에는 사라질 수 있다” 며 “GEM과 함께 구축하는 통합 밸류 체인이 배터리 캐즘을 극복하는 돌파구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위치한 ‘그린에코니켈’은 연간 약 2만 톤의 니켈을 생산하는 제련소로 에코프로는 지난 3월 약 150억원을 투자해 그린에코니켈 지분 9%를 취득한 바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IRA에 따라 비 중국산 전구체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GEM이 보유한 니켈 제련소 지분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제련과 전구체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기업이 돼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서 나오는 전구체는 미국의 IRA 규정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에코프로와 GEM은 지난 10년 동안 2인3각의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다. 에코프로는 2015년 NCA 전구체 기술을 GEM에 전수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설립 시 지분투자, 에코프로씨앤지와의 리사이클 기술협력 등을 통해 적극 협력해왔다.GEM은 2001년 설립된 중국 1위의 리사이클 업체로서 연간 30만 톤의 전구체 생산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 15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니켈 제련소를 운영 중에 있다.한편 에코프로 그룹의 지주사인 에코프로는 최근 이사회를 개최해 이동채 전 회장을 상임고문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에코프로는 이차전지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현 경영진이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에코프로 관계자는 “이 전 회장 특유의 리더십이 현재의 이차전지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캐즘 원인은 제조업 본질적 경쟁력 등한시 한 결과 …이동채 전 회장의 진단과 위기의식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은 경영복귀 후 직원들과 간담회를 통해 “배터리 시장이 왜 이렇게 됐을까, 우리의 앞길은 무엇인가 생각해봤는데 앞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세상을 뒤엎어 보자고 결심했다. 지금처럼 하다가는 미래가 없다” 라고 말했다.NCM의 삼원계는 LFP(리튬이온 배터리)에 밀리면서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는 게 이 전 회장의 현실 인식이다. 2, 3년 전만 해도 전기차의 모든 배터리는 삼원계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너도 나도 증설경쟁에 나서 과잉 투자를 해왔다고 이 전 회장은 진단했다.이 전 회장은 과잉 투자와 함께 배터리 산업 생태계 종사자들이 제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무시한 것이 캐즘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기술 및 공정개발을 통한 혁신, 경영 효율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미흡해 산업 전체가 캐즘에 빠졌다는 것이다. ◆ 제련의 강자 GEM과의 협력으로 배터리 소재 가격 파괴할 것 이동채 전 회장은 지금 같은 캐즘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에코프로도 3, 4년 뒤 존망을 걱정해야 할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이 전 회장이 꺼낸 카드가 GEM과 통합 얼라이언스 구축이다.양극재는 크게 광산, 제련, 전구체, 양극소재 등 4개 산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산업군간 벽을 헐어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자는 것이 이 전 회장의 구상이다. 에코프로는 이미 포항에서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을 구축해 가동 중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광물과 제련 공정이 없다 보니 한계가 있다는 게 이 전 회장의 고민이었다. 광물을 확보해서 제련을 하기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이다.반면 GEM은 인도네시아에 15만 톤의 니켈을 생산할 수 있는 제련소를 운영하면서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맨 밑단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GEM은 인도네시아에 QMB, 그린에코, 메이밍, ESG등 4개의 제련 법인을 운영 중이고 에코프로는 이곳에 이미 3억 달러가량을 투자하고 있다.삼원계 배터리에서 니켈이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약 40% 이상이다. 니켈을 얼마나 저렴하게 조달하는지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좌우된다. GEM과의 얼라이언스 구축은 니켈을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카드다.에코프로는 전구체와 양극소재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니켈 원소재를 수입해서 진행하는 황산화 공정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에코프로비엠은 하이니켈 양극재 부문 글로벌 1위 업체다. 에코프로와 GEM이 양극소재 밸류체인에서 서로 강점을 가진 분야를 통합한다는 점에서 얼라이언스가 미칠 파괴력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이 전 회장은 직원들에게 “산업의 융합만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올해 기초작업을 하고 내년에는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으며 "GEM과의 얼라이언스는 여러분이 상상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같은 인식을 허개화 회장과 함께했다. 허개화 GEM 회장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강점들을 꼭 통합해야 한다. 미래는 우리의 것이다. 미래에는 이동채 전 회장과 에코프로, GEM 모두 승리자가 될 것이다. 이번 전략적 협력을 위해 모든 정력을 다 쏟아 붙겠다”고 화답했다. ◆ K배터리 부활의 신호탄 K배터리는 삼원계 기반으로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그런데 중국이 주도하는 LFP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파이를 확대해 나가고 있어 위기의식이 퍼지고 있다.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40% 안팎이다. LFP가 삼원계에 비해 20%가량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하는 OEM 입장에서 삼원계의 ‘성능’ 보다 LFP의 ‘저렴한 가격’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삼원계 입장에서 원가 인하가 당면과제인 것이다. 에코프로와 GEM의 얼라이언스는 GEM의 제련소를 통해 니켈을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에코프로 기술 경쟁력이 더해지면서 ‘시장 파괴’의 혁신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프로와 GEM의 얼라이언스가 캐즘에 빠진 K배터리의 부활을 위한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이 전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 산업 대혁신을 이루게 된다. 삼원계 배터리가 몇 년 내 새로운 형태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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