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의 순(舜) 임금이 평복 차림으로 민생 시찰을 나갔는데, 어느 마을에 이르러 한 농부에게 “이 나라의 임금이 누구인지 아시오?” 하고 물었는데, 농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모른다고 대답하자, 동행하고 있던 한 신하가 ‘저런 괘씸한 놈, 자신의 군주가 누구인지도 모르다니?’하며 크게 화를 내는데, 순 임금이 신하를 제지하며 “호오, 백성이 임금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걸 보니 태평성대가 분명하구나.” 하며 매우 흡족해 했다는 일화가 있다.기원전 2300년경, 중국의 요순(堯舜) 임금은 중국 전설 시대의 가장 이상적인 군주로 여겨지는 인물들로 이들은 중국 역사에서 도덕적통치의 전형으로 여겨진다. 그도 그럴 것이 본명이 이방휘(伊放勳)로 알려진 요(堯)임금은 당시로서는 당연시 되던 왕권 세습을 거부하고, 세간에 덕망이 높고 가장 도덕적이며 치산치수(治山治水)에 탁월한 식견을 가진 인재를 찾아내어 후계로 삼으니 그가 바로 다름 아닌 순(舜) 임금이다.졸지에 왕위를 물려받은 순 임금은 항상 덕치(德治)를 펼쳐온 요 임금의 사상과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백성들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다 했지만, 불행하게도 그의 가족이 문제였는데, 그의 부친은 매우 폭력적인 사람이었고 형제들의 행실 또한 좋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순(舜)은 그런 아비에게조차 끊임없이 효성을 다하고 가족 간의 조화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며 또 투철한 애민정신(愛民精神)으로 순치(順治)를 펼쳤으니 천하가 그를 칭송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순(舜) 임금의 통치철학은 노자(老子)의 무위지치(無爲之治)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과도 일맥상통한다. 노자는 ‘가장 좋은 통치는 통치자가 존재하는지조차 느껴지지 않는 상태’라고 했으니, 군주가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고 백성들이 자율적으로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최고의 정치라는 말이다. 무위지치(無爲之治)는 무리하게 인위적으로 개입하거나 통제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질서를 유지하고 사회가 평화롭게 돌아가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인데,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보면, 정부나 지도자는 국민의 일상생활에 간섭하지 않고, 국민이 스스로의 삶을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며, 대통령이 누구인지도 모르거나 신경 쓰지 않을 만큼,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라는 뜻으로 여겨진다.우리는 과거, 소위 ‘땡전뉴스’ 시대를 경험했다. 그러니까 정시(定時)를 알리는 ‘땡~’소리와 함께 ‘000 대통령은...’으로 시작되는 뉴스를 빗댄 말인데, 인기 높은 연예인의 잘생긴 얼굴도 허구한날 종일토록 보면 지겨울 수 있을 것인데, 그리 호감스럽지도 않은 그의 사진과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이 종일 뉴스가 되는 그런 짜증스러운 시대를 또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미인(美人)은 화장하지 않아도 천하가 그녀의 미모를 알 것이며, 사람이 가진 인품(人品)은 소리 없는 향기와 같아서, 아무도 강요하지 않지만 만인(萬人)이 그를 추종한다.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 리에 이르지만 사람들이 수양산의 존재를 잊고 있되, 수양산은 거기 그대로 있을 뿐, 절대 자신을 쳐다보라 하지 않는다.가장(家長)이 포악한 것은 가족의 고통이며, 가장의 무능함은 한 가족의 불행일 뿐이지만, 위정자가 포악하면 백성이 고통을 받고, 위정자가 무능한 것은 한 나라의 불행이다. 증조할아버지의 함자도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이름을 모두 암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아마도 태평성대(太平聖代)는 아닌 모양, 대통령이 누구인지 몰라도 상관없고, 굳이 TV의 전원코드를 뽑아버리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은 요원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