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문무대왕면 와읍리는 감은사지, 문무대왕 수중릉, 이견대 등 동해구와 인접한 마을이다. 대종천의 사발바위에서 동산으로 이어지는 바위가 누워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와읍이라는 마을 이름이 만들어졌다.이 마을은 흙에 점토가 많아 기와공장이 있었고 문무대왕면뿐만 아니라 감포읍, 양남면의 기와집은 대부분 이 공장의 기와를 썼다고 전해진다. 와읍리는 과거 문무대왕면에서 부촌으로 꼽힐 정도로 먹고 사는 일에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래서 인근의 용동, 안동, 입천리에 와읍리 사람들의 토지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1970년대까지는 약 500명 정도의 주민이 살 정도로 번창했던 시절이 있었다.
와읍리는 최근 경감로가 개설되기 전까지 동경주 역사문화의 핵심 거점인 감은사지와 문무대왕수중릉, 이견대에 접근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마을이었다. 경주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의 관광객들은 이곳을 여행하기 위해 와읍리를 통과했다. 경주시내에서 추령재를 넘거나 토함산터널을 지나 동해구에 가까워지면 새로 뚫린 경감로 건너편 옛날 길가에 매우 이색적인 장터가 나온다. 일요일마다 인근 마을의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내놓고 판매하는 ‘일요시장’이다.이 독특한 시장은 생긴 지 약 30년 정도 된다. 일제강점기 때 만들었던 와읍교가 1945년 홍수에 떠내려가고 난 뒤 당분간 굴암마을로 우회하는 길을 사용하다가 1979년 콘크리트 다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다리도 다시 붕괴돼 1995년 또다시 튼튼한 다리를 만들었다. 이때 공터가 생기고 그 공터에 시장이 들어섰다.
이 시장에는 인근 마을의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팔고 동해안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현대화사업을 거치면서 과거 시골마을 시장의 정취를 잃어가고 있지만 와읍시장은 넓은 공터에 옹기종기 주민들이 모여 관광객을 상대로 시장을 형성해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전형적인 시골장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 시장의 주요 고객들은 동경주를 찾는 경주시민과 대구·포항·울산의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다. 일부는 동경주를 향하다가 문득 시장을 발견하고 찾는 사람들이고 일부는 이미 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와읍리 일요시장은 동경주의 관광자원 역할을 톡톡하게 하고 있다.
와읍시장에는 와읍리 주민은 물론 용동, 안동, 입천, 어일리 등 인근 마을의 주민들이 좌판을 열고 장사를 하고 있다. 한창 성업할 때는 100여명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약 60여명의 주민이 장터에 나와 관광객을 맞고 있다.
처음 시장이 만들어지고 차츰차츰 소문이 나자 고객들이 늘어나 주민들의 수입도 덩달아 올랐다. 주수입원이 되지는 못했지만 촌로들의 용돈벌이는 충분했고 더러는 가용에 보태 쓰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장터는 된서리를 맞았다. 3년의 팬데믹 기간동안 와읍시장은 공터로 휑뎅그레 비어 있었다. 그러다가 코로나19가 숙지막해지자 다시 주민들은 시장을 열었다.점점 정상적인 시장 모습을 찾아가는 순간 또 하나의 사고가 생겼다. 2022년 3월 큰비로 장터에 산사태가 발생했다. 토사와 암반 약 100여톤이 쏟아져 내려 큰 사고가 날뻔했다. 그때가 마침 일요일이어서 시장이 섰고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모여 있었지만 1명의 주민이 부상을 입었을 뿐 큰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산사태로 한동안 다시 폐장이 됐다.
와읍시장의 물목은 다양하다. 수산물과 축산물은 없고 농산물이 대부분이지만 직접 재배한 곡식과 과일, 채소가 풍성하게 좌판을 장식하고 있다. 여기에 평소에 보기 드문 각종 버섯과 약초, 농산물로 만든 밑반찬, 전통 장류 등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리고 주전부리와 요깃거리를 즐길 수 있는 포장마차에서는 막걸리를 들이켜면서 시골의 정취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수
확한 농산물을 팔고 있는 허춘자(78) 할머니는 “쉰살이 넘어가면서 이 시장에 나와 지금까지 오고가는 사람들과 시골의 정을 나누고 있다”며 “이 시장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60대 좌우의 노인들이며 직접 재배하거나 채취한 것이 아니면 절대 내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허 할머니는 또 “와읍시장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파는 것은 단순한 농산물이나 지역의 먹을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인심”이라며 “전국에서 보기 드문 특별한 시장이 되기 위해 시장의 주민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갓 수확한 감을 파는 이성태(56)씨는 “일요일마다 시장에 나와 지역의 농산물을 팔면서 장날마다 행복한 감정을 느낀다”며 “동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을 만나면서 동경주의 자랑을 하고 특별한 시장의 온정을 나누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부산에서 시장을 찾은 김형철(38)씨는 “일요일마다 서는 특별한 시장이 있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고 경주를 찾았다가 일부러 이 시장을 방문하게 됐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정겹고 전국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특별한 시장이 분명해 귀한 추억을 만들어 간다”고 밝혔다.
 
와읍리 일요시장에는 관광객 뿐만아니라 인근의 한국수력원자력 직원과 월성원자력본부 직원가족들도 즐겨 찾는다. 월성원자력본부의 한 직원은 "회사와 사택에 인접한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라며 "가끔씩 가족들과 일요시장을 찾으며 지역민들의 경제활동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콘텐츠는 한수원(주) 월성원자력본부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