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남다른 기술이나 능력을 지닌 분들께 고마운 마음이다. 하다못해 구입 한지 얼마 안 되는 가전제품이 고장이 났을 땐 AS를 찾아 고치기 마련이다. 만약 이 때 가전제품을 수리할 줄 아는 기술자가 없다면 새 것으로 다시 물건을 구입해야 하잖은가.    그러나 가전제품은 구입 후 1년 정도는 구입한 회사에서 무상으로 고장 수리를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어디 이뿐인가. 시스템 에어컨의 곰팡이 청소 등을 해주는 분들께도 절로 감사한 마음이 솟구친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 에어컨을 틀고 싶어도 왠지 그동안 온갖 먼지 및 곰팡이가 낀 탓에 선뜻 작동을 못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에어컨 속속들이 마치 새것처럼 클리닉을 해주는 분 덕분에 쾌적하고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어디 이뿐이랴. 정원수의 낙엽이나 버려진 휴지 등을 말끔히 청소해 주는 아파트 경비원분들의 노고를 떠올리노라면 이 또한 그분들이 흘리는 땀에 고개가 숙여진다.   살고 있는 아파트의 주변 환경을 위생적이고 깨끗하게 가꿔주는 게 그분들 아닌가. 이런 마음은 필경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언젠가 서울 어느 아파트엔 그곳을 찾는 택배 기사들을 위하여 음료수를 아파트 정문 출입구에 마련해 놓았다는 신문 기사를 읽은 적 있다.   이곳을 찾는 택배기사들은 비록 사소한 일이지만 주민들의 이 따뜻한 배려가 얼마나 고마울까? 이런 대접을 받는 택배 기사들은 아무리 무겁고 힘든 짐을 배달하더라도 절로 힘이 날 듯 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우리네 삶 속에서 감동이 사라졌다. 이는 매사 감사하는 마음이 둔감해져 그렇다. 또한 그 자리를 물욕이 대신해서인가. 그럼에도 필자는 남다른 뛰어난 공감 능력 탓인지 사소한 일에도 감동을 넘어서서 감격까지 잘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도 쉽사리 감동 하잖은가.   수년 전 일이다. 어느 도시 근교에 맛 집으로 이름난 식당을 가족들과 함께 찾은 일 있다. 이때 그곳을 찾은 고객이 얼마나 많은지 화장실 이용이 참으로 불편 했다. 그러자 어느 젊은 남성이 그곳 후미진 곳에 자리한 화장실을 안내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이 호젓한 이곳을 사용하기엔 다소 치안이 불안하다며 자청하여 화장실 앞에 서서 볼일을 마칠 때까지 나와 딸들을 보호해줬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이렇듯 마치 자신의 가족처럼 배려를 해주는 그 젊은이 덕분에 급한 용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이 일을 떠올리노라니 그 젊은이가 너무나 고마웠다. 이 일을 친구랑 전화 통화를 하며 말하자 그녀는, “ 그깟 일이 무어 그리 대수라고 그토록 감사해 하니? 너는 너무 마음이 순해서 탈이야.” 라는 뜻밖의 말을 한다. 요즘 같은 각박한 세상에 남의 일에 발 벗고 나서는 일이 고맙지 않으면 무엇이 고마우냐고 그녀 말을 되받아쳤다. 그러자 그녀는 한 술 더 뜬다.   “ 그만한 일로 고마움을 느낀다면 하다못해 거리에 휴지를 줍는 청소부한테도 매일 절해야 겠다.” 농담조의 말이지만 그녀의 삭막하고 메마른 정서가 왠지 걱정스러웠다.   이 나이 이르고 보니 가까이 할 사람과 경계할 사람을 구별하는 소위 ‘인간 등급 식별’기술을 터득케 됐다고나 할까. 필자의 경우, 가장 1순위가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표리부동한 자요. 2순위가 남이 베푼 친절이나 은혜를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치는 배은망덕한 자이다. 3순위는 매사 예의가 없어 무례한 자이다. 이 3등급 순위에 머무는 자들과는 그야말로 손절을 해도 전혀 손해 볼게 없다는 생각이다. 괜스레 이런 사람과 얽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관계를 이어가다가는 상대로 인해 곤경에 빠지거나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주위 지인들 사정만 하여도 그렇다. 그토록 돈독하던 인간관계가 와해되는 원인 중 하나가 지인이 베푼 친절이나 배려를 당연시 여기거나 하찮게 생각하는 상대방 오만함 때문이란다. 오죽하면 인간관계 시 상대방에게 잘해주면 그것을 고맙게 여기기는커녕 자신의 권리로 당연시 여긴다는 말까지 회자될까. 이 때 떠오르는 한 곡의 노래가 자신을 성찰케 한다. ‘감사가 정답이다’ 라는 노래다. 이 유행가는 시인이자 가수인 권오중의 작사, 작곡 작품이다.   ‘세월아 세월아/너는 어이 늙지도 않느냐/나는 벌써 흰머리가/자꾸만 늘어가는데/산삼을 먹었냐/불로초를 먹었느냐/비결을 알려다오/헤이 ! 뭐야 뭐야, 뭐야 뭐야, 뭐야 뭐야/산삼을 먹었나/불로초를 먹었나/비결이 도대체 뭐야 뭐야/비결은 없단다/마음먹기 달렸다/오늘도 감사/내일도 감사/감사가 정답이다’  타인이 베푼 친절이나 이타심을 진정 가슴으로 고마워하고 그에 대한 보답은 마음으로라도 해야 한다. 이런 인간다운 심성을 지닌 사람은 질병은 물론 노화도 비켜갈 것이다. ‘감사가 정답이다’ 이 노래 가사처럼 건강하고 젊게 살려면 긍정적이고 사소한 일에도 고마운 마음을 갖는 겸손함 만이 노화와 질병을 예방하는 묘약이요, 절대적 불로초로도 작용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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