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청킹과 단기기억이 어떤 관계이며 왜 7이란 숫자가 중요한지 알아보았다. 청킹은 단어 묶음을 만드는 행위로 단기기억력을 높이는 비법이다. 조지 밀러는 단기기억에 필요한 한계 용량으로 7을 강조했다. 넬슨 코원은 7보다 더 적은 4를 제시했다(《마법의 숫자 4±2》).   한순간 기억하기엔 7은 다소 많다는 게 이유. 7과 4는 유의미한 정보를 짧은 순간 기억할 수 있는 단위로 작용한다. 이 숫자 단위를 활용하면 정보나 학습 내용을 쉽고 빠르게 기억할 수 있다. 청킹 활동은 전화번호 같은 숫자를 처리할 때 흔히 나타난다. 만약 전화번호가 01012345678이라면? 전화번호 쉽게 기억하는 이유밀러의 7이라는 한계 용량을 넘어선다. 숫자가 무려 열한 개인 번호를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번호 전체를 기억하는 건 바쁜 현대인들에게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 기억력 향상을 위해 의도적으로 외우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뇌는 어떤 처리 과정을 거칠까.   먼저 010을 무의식적으로 제외한다. 전화번호 앞부분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숫자임을 알기 때문. 이렇게 공통되는 것은 머릿속에 저장하려 애쓰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런 뒤 010 다음의 숫자들이 규칙적으로 커지는 일련의 번호라는 점을 기억한다.    하나씩 더해진 숫자들의 나열로 받아들인단 뜻. 01012456549는 앞의 번호보다 좀 더 복잡한 숫자 배열이다. 보통의 전화번호는 이런 식으로 복잡하게 구성된다. 숫자가 규칙적으로 커지는 앞의 번호와 달리 규칙성을 찾기 어렵다. 일상생활에서 복잡하게 느껴지는 것은 규칙성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규칙 없이 아무렇게 나열된 숫자나 정보는 유의미한 정보가 아닌 복잡한 숫자 덩어리로 다가온다.   우리 뇌는 어떻게 처리할까. 이는 숫자 암기와 관련된 단기기억 메커니즘이 어떤가 하는 물음과 다르지 않다. 앞의 번호 때처럼 공통되는 010은 제외한 뒤 남은 여덟 개 숫자를 두 묶음으로 나눈다. -(하이픈)을 사용해 1245-6549라는 식으로 구분. 이 묶음을 머릿속에 입력함으로써 복잡한 전화번호를 떠올리기 좋게 만드는 것.다시, ‘I love you’신용카드 번호는 어떨까. 신용카드 번호를 평소에 외우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번호 개수가 열여섯 개로 전화번호 열한 개보다 훨씬 많다. 010 같은 공통되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카드회사가 ‘5062 8579 1293 6539’라는 식으로 표시하는 이유다.   먼저 네 개 숫자로 이루어진 그룹을 역시 네 덩어리로 만든다. 그런 뒤 각 덩어리 사이를 살짝 띄운다. 띄운 간격도 규칙적이며 일정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카드번호를 평소에 외우고 다니지 않는데도 왜 이렇게 표시할까. 정확한 번호 입력이 필요할 때 헷갈리지 않도록 도와주기 때문. 즉 기억 용도 아닌 정확한 입력 용도.   번호가 많으면 눈으로 뻔히 보면서도 잘못 입력하곤 한다. 이때 네 개씩 묶음을 지어 입력하면 바르게 적어 넣을 수 있다. 신용카드 번호는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숫자로 표시되는 대표적인 개인 식별 정보다. 중요한 정보를 정확히 입력하는 건 인간존재 특성이 데이터로 정량되는 현대 삶에 아주 중요하다.   청킹은 언어를 기억해야 할 때 특히 유용하다. 쉽고 간단한 세 개 단어로 이루어진 ‘I love you’. 흔히 보는 문장이면서 말로도 표현되곤 한다. 굳이 외우려 들지 않아도 눈에 쏙 들어오는 이유. 우리는 이 문장을 어떻게 기억할까. 단어 하나씩 따로 아니면 세 단어를 한꺼번에? 개별 단어가 아닌 세 단어를 통으로 기억한다. I, love, you를 하나로 이루어진 유의미한 말의 묶음으로 인지한단 뜻. 그래서 문장을 읽자마자 그 뜻을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읽는 속도도 아주 빨라진다. 청킹은 언어 기억뿐만 아니라 학습 시에도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외국어(영어) 학습에 필요한 인지 과정으로 유용하게 활용된다.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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