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보다가 희한한 광경을 발견하게 된다. 여성 수영이나 수구, 다이빙 등에 등장하는 선수들 가운데 수모와는 다른 천을 두르고 등장하고 비키니 대신 온몸을 감싼 수영복을 입은 선수가 눈에 확 들어온다. 어김없이 이슬람국가 선수들이다. 우리는 그들이 머리에 덮어쓴 가리개를 쉽게 히잡이라고 부른다.중동이나 이슬람 국가를 여행하다 보면 공항에 내리자마자 히잡을 쓴 여성을 만나게 되고 그것을 신호로 삼아 이슬람 국가에 도착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히잡은 좁은 의미에선 무슬림 여성들이 착용하는 얼굴 가리개를 뜻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이슬람의 율법에 지켜야 할 복장 규범을 뜻한다.히잡에도 모양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다르게 부른다. 얼굴과 몸을 가리는 정도에 따라 그 이름은 달라진다. 히잡은 머리, 귀, 목을 가리고 얼굴만 내놓는 방식으로 무슬림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착용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이슬람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카프 모양의 가리개다. 히잡을 쓰는 국가의 무슬림들은 종교적 율법에서 비교적 느슨하게 구속받는다.히잡보다 더 많은 부위를 가리는 것은 차도르다. 차도르는 검고 긴 천으로 몸을 가리는 복장으로 전통적으로 이란 여성들이 사용하고 머리는 가리지만 얼굴은 보인다. 가장 엄격한 복장 규정은 부르카다. 머리, 목, 얼굴 등 몸 전체를 검은 천으로 휘감는다. 눈만은 밖을 볼 수 있게 뚫려 있지만 그마저도 망사로 가린다. 탈레반이 집권할 당시 여성들의 부르카 착용은 의무화됐었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 탈레반 세력이 강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히잡의 착용은 종교적 율법에 의해 규정되지만 현대에는 여성 인권 탄압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서방의 국가들은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수시로 이슬람 국가에 시비를 걸기도 한다.최근 외신에 뜻밖의 기사가 났다. 이란의 어느 여자 대학생이 학교 안에서 이뤄진 히잡 착용 여부 단속에 항의하면서 속옷 차림으로 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다는 뉴스다. 이란은 2022년 22세였던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일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 시위는 이란의 여성 인권을 회복하기 위한 상징적 몸부림으로 여겨졌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히잡 단속에 대해 반발한 이란 국민의 외침에 올해 7월 중도·개혁파 정치인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히잡 착용에 대한 단속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아직 히잡 단속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으며 여대생의 기상천외한 반발을 유발했다.테헤란의 대학교 이슬람아자드대학교 이과대학 캠퍼스 내에서 한 여성이 대낮에 속옷 차림으로 다니는 2분 39초 분량의 영상이 확산했다고 한다. 이 영상에는 이 여성은 난간에 앉아 누군가 대화하다가 찻길로 나서며 소리를 지르는 듯 입을 벌리고 고개를 위로 젖히는 모습이 담겼다. 도로를 한참 걷던 그의 곁으로 소형 자동차 한 대가 멈춰서더니 차에서 내린 이들이 그를 붙잡아 차 안으로 밀어 넣고는 다시 차를 몰아 어디론가 사라졌다.소형 자동차에서 나타난 이들은 도덕경찰인 가쉬테 에르셔드의 일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을 게시한 네티즌은 “이 학생은 부적절한 히잡 착용을 이유로 도덕경찰의 괴롭힘을 받고도 물러서지 않았다”며 “속옷만 입은 몸으로 시위하며 캠퍼스를 행진했다”고 설명했다.국제 인권단체는 즉각 반응했다고 한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 이란 지부는 성명을 내고 “이란 당국은 폭력적으로 체포된 대학생을 무조건 바로 풀어줘야 한다”며 “석방 전까지 당국은 그를 고문 등 학대하지 말아야 하고 가족 및 변호사와 접촉하는 것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이란의 여성들은 호메이니가 이란 혁명을 성공하기 전 팔레비 국왕 시절에 자유롭게 히잡을 벗어 던지고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기도 했다. 지금은 바지를 입을 수는 있지만 상의가 둔부를 가려야 하는 엄격한 복장 규정이 있다. 외국인이 이란을 여행할 때도 이 규정은 적용된다. 인권이 종교적 율법에 가려 탄압의 한 방법으로 활용된다면 종교의 존재 가치가 희석된다. 몸을 가리고 얼굴마저 숨기는 무슬림 여성들을 바라보는 무슬림 남성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의 각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슬림 여성들의 인권회복은 머나먼 얘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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