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해 침을 뱉으면 그 침이 자기 얼굴에 떨어지듯이, 바람을 향해 횃불을 들고 뛰면 횃불을 든 사람의 얼굴이 먼저 화상(火傷)을 입는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가 누구를 향해 화살을 쏘면 표적이 된 한 사람이 다친다. 그러나 누군가가 입으로 내뱉는 독설(毒舌)은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음파는 항상 메아리를 만들기 때문에 반드시 그 말을 뱉은 사람에게 되돌아오기에, 불교의 대표적 경문 중에 하나인 천수경(千壽慶)은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으로 시작한다.“조심하라. 조심하라. 말조심하라. 입이 화를 부르는 문이니 부디 입 조심하라!”'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아무 말 대 잔치가 듣는 이들의 마음속에 혐오를 만드는데, 혐오의 대상은 특정인이 될지 몰라도 그를 혐오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 폐해는 측량하기조차 어렵다. 한 생(生)에 짓는 구업(口業)이 만생(萬生)의 업보(業報)가 되니 그 구업이 두렵지 않은가? 짐승은 이빨로 상대를 해하지만, 사람은 입안의 혀로 만악(萬惡)을 짓게 되니 정구업(淨口業)이야말로 선근(善根)이자 도(道)의 바탕이라는 말이다.자고로 사람들이 윤리도덕을 말하고, 정의를 말하며 진리를 말하면서도 삿된 일들을 많이 한다. 그러나 돌이켜 참회(懺悔)하는 자는 차선(次善)이며, 자신의 과오를 알지 못하는 자는 차악(次惡)이며, 자신의 과오를 알면서도 변명하기에 급급한 자는 최악(最惡)이라 할 수 있다.차악은 대오각성(大悟覺醒)으로 차선에 오를 수 있으며, 차선은 참회를 실천하여 최선이 될 여지가 있지만, 최악은 구제받을 길이 없으니, 지옥에서 고통 받는 모든 중생(衆生)을 제도하기 전에는 자신의 성불(成佛)마저 뒤로 미루겠다는 서원(誓願)을 낸 ‘지장보살’조차 외면할 자들이 아닌가?가파른 설산(雪山)에 눈이 내린다. 며칠인가 쉼 없이 내린 눈은 어두운 정적에 기대어 중력을 버티고 있는데, 어디선가 포효하는 산 짐승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첩첩이 쌓인 눈 위에 가녀린 파동을 일으킨다. 한 줌의 눈이 중력에 이끌려 흘러내리며 눈덩이를 만들고, 한 개의 눈덩이가 급경사를 구르며 충격을 전달하자 끝내 거대한 눈사태를 만든다. 또한 ‘아마존’ 숲속의 나비 한 마리가 펄럭이는 가녀린 날개 짓이 ‘카리브해’에 거대한 허리케인을 만든다는 물리학 이론도 있다.석가모니가 법상에 앉아 있으며 아무 말 없이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자, 부처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 모여 앉은 제자들이 아무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여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데, 유일하게 ‘가섭 존자’가 그 뜻을 알고 미소 짓는다. 염화미소(拈華微笑)는 인간이 소리를 담는 기계를 발명하기 전 부터도 직관적이고 내면적인 이해를 전달하기 위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의미를 이심전심(以心傳心)하였다는 상징이 된다.사람들이 수많은 어휘를 만들어 말들이 많지만, 언어가 진실을 입증하기 보다는 진실을 덮기 위해 오히려 많은 어휘들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대체로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진실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촛불 하나씩을 들고 있는 것은 무언의 함성이련만, 그 함성 속에 내재된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오직 입 바람으로 그 불을 불어 끌 수가 있을 것인지? 바람은 불을 끄기도 하지만, 작은 불을 큰 불로 키워 모든 것을 태워버리게 한다.“정구업진언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