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은 한국어를 어법에 맞게 표기하는 방법을 말한다. 글쓰기의 기본으로 글 쓰는 사람의 숙명과도 같다. 논리적인 글에서 가장 많이 헷갈리는 맞춤법 사례는 무엇일까. 이 글은 나의 오랜 대학 강의와 책 집필, 글쓰기 강의를 바탕으로 작성했음을 밝혀둔다. 맞춤법이 문제 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맞춤법이 문제 되는 두 가지 경우하나는 맞춤법만 틀리는 경우다. 어법에 문제 있을 뿐 의미 전달엔 문제없는 경우. '하므로써'가 대표 사례로 '함으로써'를 잘못 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ㅁ으로써'는 수단/방법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 잘못된 표기는 단순한 휴먼 에러(human error) 때문이기도 하지만, 맞춤법 규정을 잘 알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이 경우 맞춤법에 맞지 않을 뿐 의미 전달엔 큰 문제가 없다. '하므로써'라고 써도 읽는 사람은 '함으로써'로 읽기 때문. 단순한 표기 오류로 받아들인단 뜻이다. 다만 기본 맞춤법을 숙지하지 못한 글로 읽히는 단점은 존재한다. 보기에 안 좋은 떡은 먹기에도 안 좋다.
다른 하나는 맞춤법은 물론 의미 전달에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다. 세 가지로 세분화해볼 수 있다. 첫째, 뜻은 비슷하나 쓰임새가 조금 다른 단어로 잘못 쓰는 경우. '개발/계발' '경신/갱신' '소명/사명'이 대표적인 사례. 모양새까지 비슷하다 보니 곧잘 헷갈리곤 한다.
개발이 산업/자원 등 물질적인 것을 발전시키는 행위라면, 계발은 재능/사상 등 인간 능력을 일깨우는 행위. 또 경신은 종전 기록이나 최고치 등을 깨뜨리는 것을, 갱신은 계약 등 법률관계를 연장하는 것을 가리킨다. 한 글자 차이로 쓰임새가 달라짐을 볼 수 있다.‘조취’를 취하다? ‘조치’를 취하다?둘째, 모양새는 비슷하나 다른 의미를 가진 단어로 잘못 쓰는 경우. 위와 반대 경우로 '조치 / 조취'가 좋은 예. 조치는 대책을 세우다라는 뜻으로 '조치를 취하다' 형태로 즐겨 표현된다. 조취는 짐승 고기의 누린내란 뜻. '조취를 취하다'로 잘못 쓰면 누린내를 취한다는 뜻이 되어버린다. 취하다의 ‘취’와 같은 글자가 들어간 ‘조취’를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결과로 생각된다.
셋째, 다른 의미를 넘어 정반대 의미를 가진 단어로 잘못 쓰는 경우. '지양/지향'이 흔히 보이는 예. 지양은 다 나은 단계가 되기 위해 행하지 않는 것을, 지향은 어떤 목표를 향해가는 것을 말한다. 두 단어를 바꿔 쓰면 정반대 뜻이 되고 만다.
  맞춤법은 이처럼 단순한 표기 오류를 넘어 의미 전달 문제와 연결된다. 맞춤법을 논할 때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는지도 고려해야 함을 알 수 있다. 논리적인 글에서 많이 헷갈리고 틀리기 쉬운 사례는 무엇일까. '지양 / 지향'을 들 수 있다. 헤겔의 변증법 용어는 무엇?지양은 한자 止揚을 쓴다. 止는 그칠 지, 揚은 오를 양. 영어는 reject 또는 sublate를 쓴다. 흔히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으로만 이해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오를 양(揚)이라는 한자 때문. 일반적인 의미와 철학적 의미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일반적 의미. 더 나은 상태가 되기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유의어는 ‘삼가다’ ‘아니하다’ ‘않다’. 유의어는 비슷한 말일 뿐 같은 말이란 뜻이 아니다. 단순히 멀리하거나 그만둔다는 유의어들과 달리, 지양은 고차원적인 상태가 되기 위해 부정적인 것을 하지 않는 행위다. 즉 더 높은 단계를 목표로 할 때 사용 가능하다.
예시: “ㄱ. 갈등을 지양하고 화해의 바다로 함께 나아가자!” “ㄴ. 이기주의를 지양해야 생태계를 살릴 수 있다.” “ㄷ. 친구 사이에 지나치게 계산하는 행동을 지양하자.” 갈등, 이기주의, 계산하는 행동을 그만두고 더 나은 행동으로 나아가자는 것.
둘째 철학적 의미. 앞서 영어 표현을 적었는데 이것보단 독일어 표현인 Aufheben이 더 많이 쓰인다. 지양이 애초에 독일 철학자 헤겔(G. W. F. Hegel)의 변증법에서 사용된 용어이기 때문. Aufheven의 원래 뜻은 높이다, 보존하다, 부정하다 등. 주로 부정하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것을 헤겔은 보존과 부정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용어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