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해인사에서 본 싸리비가을이 오면 이 싸리비가 낙엽들을솨악 솨악 모으겠지내 마음에도 커다란 싸리비 하나 만들어잡다한 생각 나부랭이들허튼 욕심, 바보 같은 버릇솨악 솨악 쓸어버리고 싶다나는 해인사에 세우겠다는세계 최대의 청동 불상보다한 구석에 쌓아놓은 싸리비에게나절을 올리겠다불상이 크면 뭐하나차라리 큰 싸리비 하나 만들어세상의 떼를솨악 솨악 비질이나 하지그게 부처님 마음이 아닐까? -'해인사 싸리비', 손인호
 
 
세상이 참 어지럽고 수상하다. 어느 게 진짜인지 어느 게 가짜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가을이 깊어 거리마다 낙엽이 흩날리고 들녘엔 찬 바람이 분다. 인생이 괜히 슬퍼 보이는 가을이다. 시가 그리워지고 시를 읽고 싶은 가을이다. 물은 가을 물이 가장 맑다. 오늘 아침엔 용담정 산책길에서 구미산 계곡물을 한참 바라보았다.
시작도 끝도 없는 계곡물에서 세월의 발소리를 듣는다. 세월을 읽는다. 대상과 하나가 될 때 사람은 물처럼 맑아 진다. 너와 나의 간격이 사라지고 하나가 될 때 사람은 투명해진다. 정직해진다. 가을 물에서 나는 인생을 배운다. 날마다 깨달음의 연속이다. 화자는 해인사에 가서 낙엽들을 쓸어 모으는 싸리비를 본다. 싸리비를 보며 해인사에 세운다는 세계 최대의 불상을 생각한다. 싸리비와 세계최대의 불상을 대비 시킨다.
불상이 크면 뭘하나? 차라리 허튼 욕심, 잡다한 생각 나부랭이들을 쓸어내는 작은 싸리비가 우리에겐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고 반문하고 있다.
세상의 떼를 솨악 솨악 비질하는 조그만 싸리비의 아름다움이여!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 우리들 삶에도 시에도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 자신의 삶이 있을 뿐이다. 무엇엔가에 너무 집착 말자. 수행자는 가을 물 처럼 맑아야 한다. 곧은 마음이 곧 삶의 도량이다.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고 자각하며 살자.
이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 이 순간들이 쌓여 나의 생을 이룬다. 사는 일이 즐겁다. 시는 아름다워서 슬프다. 날마다 새 출발이다. 솨악솨악 떼를 씻어내는 싸리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