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다. 국회는 12월 14일 탄핵안 표결에서 찬성 204, 반대 85표로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대통령은 직무 정지되었고, 다음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가 파면 또는 복권을 판결하게 된다. 판결은 180일 전에 하도록 되어 있다. 앞선 대통령 탄핵은 두 번 있었는데, 노무현은 복권되고 박근혜는 파면되었다. 정국은 안개속이다.   12월 3일은 지인의 집에서 김장을 하고, 수육에 막걸리로 시작한 뒤풀이가 와인까지 송년회로 이어져 대리운전을 해서야 집에 도착했다. 시간은 10시 반, ‘건축탐구 집’ 을 보려고 TV를 켠 순간 뉴스특보에 대통령이 나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연평도 포격이나 연평해전 때도 계엄은 아니었으므로 순간 전쟁이 난건가 생각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서거 때 계엄이 내려졌다. 이후 45년 만인데, 나는 그 단어가 반공, 보안법처럼 과거에 없어진 단어인 줄 알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013년 박근혜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있었다. 이후 법무장관의 지시에도 굴하지 않으며 원칙과 법을 강조했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는 소신 검사의 이미지로 국회의원 0선으로 국민의힘에 영입되어 0.73%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청와대는 불통의 이미지라며 선거 공약이던 광화문 대신 용산에 막대한 세금과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취임전에 집무실을 만들었다. 그는 공관에서 출퇴근을 하고 출근시에는 매일 기자 브리핑을 하기로 했다. 도대체 그의 헌법 정신과 초심은 어디로 간 것인가? 헌정 사상 여소야대는 노태우와 김대중 시절에도 있었다. 마치 여자가 시집을 시누이가 많은 집에 가듯, 이 때는 야당이 더 많으므로 대통령이 일 하기 쉽지 않다. 그 시절에는 YS, DJ가 있어, 난제를 정치력 묘수로 풀어 갔다. 윤 대통령은 어떤가? 취임사에서는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하고선, 이제 야당을 폭도로 규정한다. 그가 국회에서 연설하면 야당 의원들은 표정이 굳어질 뿐이고 이제는 서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조선에서도 연산군과 광해군은 폐위를 당해 왕위를 채울 수 없었다. 이들은 왕들의 신위를 모신 종묘에도 갈 수 없었는데, 사유를 보면 조금 다르다. 연산군은 폐비가 된 어머니 윤 씨 사건으로 갑자사화를 일으켜 잔혹의 극을 달렸다. 광해군은 선조의 아들로 임진왜란 때 부왕 선조를 대신하여 무공도 많이 세웠다. 그가 재위했던 때는 명-청이 바뀌는 시기로 그는 시대의 흐름이 청으로 바뀐다는 것을 알았지만, 대신들은 명을 사대하고 청은 한낱 오랑캐로 보아 끝내 폐위되었다. 이후 강화도, 제주로 유배간 그는 초연하게 낚시로 세월을 보내며 향년 예순 일곱, 당시로서는 천수를 누렸다.   미국에서는 1972년 6월 17일 워싱턴 D. C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으로 리처드 닉슨은 탄핵을 당했고, 여론은 점차 악화되어 1974년 8월 9일 닉슨은 사임을 하게 된다. 이 도청 사건은 닉슨이 지시한 것도 아니고, 선거는 50개 주 중 49개 주에서 승리할 정도로 공화당에 유리했다. 그는 사건을 무마하려 했으나 이어진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Bob Woodword)’ 기자의 보도에, 단지 거짓말 했다는 이유로 마침내 사임하게 된다. 당시 부통령이던 제럴드 포드가 대통령 직을 승계하게 되는데, 포드는 후에 닉슨을 사면하면서 1976년 대선은 무명이던 민주당의 지미 카터 조지아 주지사에게 넘어가게 된다.   ‘서울의 봄’ 에는 1979년 1212의 밤을 다룬다. 전두환은 박정희의 516 쿠데타를 지지하는 당시 꽃술모자를 쓴 육사생도의 서울 시가행진으로 박정희의 신임을 얻은 다음, 하나회를 중심으로 군권을 장악하고, 12월 12일 밤을 기해 작전명 ‘생일 잔치’ 을 벌여 정권을 차지한다. 신군부의 그 날 밤 이야기가 육사 11기와 하나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이번 계엄 사태는 충암고 인맥으로 야기된다. 방첩사에서는 B-1 벙커에 유력 정치인을 강금할 지시까지 있었다는데, 그 시절의 서빙고나 다름없다. 권력자 마음대로 하기에는 무력으로 공포 정치를 하는 것 만큼 편리하고 매력적인 게 없다. 윤 대통령은 그 후 나온 성명 발표에서도 연일 계엄은 정당한 것이고,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한다. 영하의 추위에 거리에 나와 탄핵을 외치는 사람들은 국민이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그 중 많은 사람이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을 찍었다는 걸 왜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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