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신의 벼랑 끝에선아름다운 여자그녀는 하나의 질문이다내가 안간힘으로 다가서면아득히 물러나고돌아서면 안타깝게 손짓하는매혹의 눈빛보일 듯 말 듯 미소하며가파른 벼랑 길을 소요하는 여자그녀를 바라보면 나는벼랑 끝에 매달린 한 잎의 어둠하늘에는 별빛 가득한데내 가슴을 뛰게하는 그녀는 영원한 질문이다어디에도 답이 없는 -이진흥의 시, '시'
 
시란 무엇일까? 정말로 시란 무엇일까? 시인마다 명답이야 많지만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두말할 것 없이 시인은 시를 쓸 때만이 시인이다. 시속의 화자는 시는 "가슴을 뛰게 하는 설렘"이고, 그리고 시, 그녀는 "매혹의 눈빛으로 나를 손짓하는 하나의 질문"이라고 은유로 말한다.
그렇다 시는 언어를 통해 언어로 질문하는 언어의 예술, 영원히 가 닿을 수 없는 언어의 마술, 시인 쉼보르스카의 말처럼 어디에도 답이 없는 영원히 질문하는 자의 노래이다.
시, 그녀의 매력은 무엇인가? 내가 안간 힘으로 다가서면 아득히 물러나고, 돌아서면 다시 보고 싶다고 안타깝게 손짓하는 매혹적인 여자! 보일 듯 말듯한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여자, 내 정신의 가파른 벼랑길에서 나를 부르는 미궁속의 여자, 한 잎의 여자가 시다.
"그녀를 바라보면 나는 벼랑 끝에 매달린 한 잎의 어둠"이다. 사랑은 우리의 삶처럼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곡예이기도 한 것, 그래서 우리들 사랑은 벼랑 끝에 매달린 한 잎의 어둠이다. 우리들의 사랑은 한 잎의 슬픔, 한 잎의 노래, 한 잎의 메타포, 한 잎의 어둠이다.
이진흥 시인의 '시'는 깊은 울림을 주는 아름다운 시다. 시에 대한 치열한 고뇌와 사색이 묻어나는 시의 본질에 육박하는 투명한 통찰의 깊이를 느끼게 해준다.
시란 무엇일까? 오래 고민한 자의 시 본질을 파고든 섬세한 감각이 돋보이는 명작이다. 돈도 되지 않은 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시, 개가 물어뜯는 요즈음의 시들도 많지만, 이렇게 아름답게 인생을 노래하고, 고달픈 삶을 위로해 주는 깨달음의 시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맙고 감동적인가, 오늘 밤도 잠 못 이루며 삶과 시에 질문하는 고뇌하는 이 땅의 시인들에게 새해 건강과 신나는 축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