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말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아가며 누구나 만회할 수 없는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해를 끼친 타인에게 진심 어린 언어로 이유를 전하고 사과를 구하면 비록 용서는 되지 않을지언정 그 마음과 진실성은 인정받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좋은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핑계를 대거나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피해자를 가해자로 모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 인간관계는 끝이 난다. 한 사람이 있었다. 유능한 인물로 보였지만 그것은 곧 허상임이 드러났다. 외향적이고 싹싹한 성격이었지만, 이상하게 주위에 사람이 없었다. 대부분이 그를 회피하거나 가까이하지 않으려 했다. 문제는 입이 가벼운 데다 인간관계에 실수가 잦았고 그것을 절대 자신의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관계회복을 위해 대화를 시도하면 격정적으로 화를 내기도 했다. 섬뜩함을 느낀 사람들은 적을 지거나 하나둘씩 떠나갔다. 그러자 인간관계에 무서우리만치 집착하기 시작했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험담을 하고 돌아다녔다. 타인의 치부를 함부로 말한다는 사실에 진위를 떠나 거북함이 느껴졌다. 반면 몇몇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실제 있었던 일이 생생하게 그려질 정도로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말의 표현력은 무척 뛰어났으며 내용 전개도 흥미진진했다. 다음 이야기가 기대될 정도였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다. 그가 소름 끼칠 정도로 치밀하게 타인을 염탐하며 알게 된 사실에 거짓을 포함해 맛깔나게 지어낸 허구일 뿐이었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자 남아있던 몇몇 사람들마저 혀를 내두르며 등을 돌렸다. 사업가인 그는 사람을 잃고 사업마저 기울어져 갔다. 늘 그랬듯 사업 실패를 남 탓으로 돌렸고, 그 생각이 나아가 자신만의 진실로 이어지는 망상에 이르렀다. 더불어 새로운 인간관계에 교묘히 접근하여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내세워 같은 패턴으로 또 타인의 험담을 쉴새 없이 해댔다. 곧 새로운 친분이 생겼지만, 험담으로 생긴 인맥은 끝이 좋지 않았다. 험담의 이유는 표면적으로 타인으로 인해 사업이 기울었다는 것이었으나 궁극적으로 낮은 자존감을 충족시키기 위한 일말의 수단이었다. 사업 실패를 자신의 문제로 삼고 그것을 극복하기는 노력과 시간이 투자되어야 하는 일이므로 비교적 어렵다. 하지만 남 탓으로 돌린다면 말 한마디로 충분하기에 쉬운 길을 택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언어에도 아름다움과 추함이 있다. 우리는 깊이 대화를 해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다. 생각과 행동, 살아온 긴 시간이 함축되어 말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말을 잘 하는 것보다 같은 내용이더라도 타인을 배려하는 따스하고 편안함이 스며있어야 한다. 소설과 거짓으로 지어낸 험담의 차이는 타인에게 주는 피해의 유무가 아닐까?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말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세상이라는 촘촘한 그물망에 걸러져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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