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담배는 후한 인심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담배나 담뱃불을 서로 빌려주곤 했고, 사무실이나 가정에서도 스스럼없이 담배를 피웠었다.그런데, 이 담배 때문에 10년 넘게 공공기관과 담배회사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 먼 나라가 아닌 바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 4월 14일 흡연으로 인한 폐암발생 등 흡연폐해를 은폐한 담배회사의 책임을 묻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 방지를 위해 담배소송을 제기했다.그러나, 2020년 11월 20일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 발병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담배회사의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주어 공단이 패소했다.미국, 캐나다 등 국외 담배소송에서 담배의 위해성에 대해 담배회사의 불법행위가 인정되어 거액의 배상책임을 진 사례와 견주어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아닐 수 없다.공단은 곧바로 2020년 12월 10일 항소를 제기하였으며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추가자료를 제출하는 등 현재까지 11차례 변론을 진행했고, 다가오는 2025년 5월 22일 12차 변론이 예정되어 있다.소송규모가 533억 원에 달하는 대형소송이지만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정치․경제적 사건사고들로 인해 담배소송에 관심을 두고 있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과거와 달리, 현재의 흡연 문화는 크게 바뀌었다. 담배가 흡연자뿐만 아니라 비흡연자의 건강에도 심각한 해를 끼친다는 사실 때문에 실내 금연은 물론이고 길거리 등 공공장소에서의 흡연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는 직접흡연뿐만 아니라 간접흡연까지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고,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과학을 넘어 이제 전 세계적인 상식이 되었다.흡연의 폐암 발생 기여도가 소세포암 97.5%, 편평세포암 96.4%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연간 6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직접흡연으로 사망한다는 것은 흡연과 폐암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담배회사는 암, 니코틴 중독 등 심각한 건강문제를 일으키는 결함있는 제품을 제조․판매하며 이를 충분히 알리지 않았고 담배 위험성 저감노력을 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공단은 소송을 통해 흡연폐해로 부당하게 지출된 3조 8,589억 원(’23년 기준)의 진료비에 대해 담배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 국민이 납부하는 보험료가 주된 재원인 건보재정을 지킬 보험자로서의 책무를 이행하고 있다.담배소송은 단순히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흡연폐해에 대한 담배회사의 책임을 공론화하고 법이 보장하는 국민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2014년부터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담배소송은 12차 변론을 마지막으로 2심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많은 국민들이 담배소송에 관심을 가지고 공단을 응원하여 2심 재판부가 흡연폐해와 담배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인정하는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