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 오전 11시 24분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성묘객의 실화로 시작된 이번 산불이 이윽고 28일 94% 진화로 주불이 잡혔다. 산불은 의성, 안동, 영양, 영덕일대에서 사망자 28명을 내고 각 지역의 집과 차량을 태웠다. 그 과정에서 지역의 주민들은 체육관 등지로 대피를 했으며, 전 재산이 전소되어 생계가 막막하다. 소방 전문가는 이번 산불이 경북 의성, 지리산 산청, 경남 울주 세 곳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태풍급 풍속에 시속 8km의 확산 속도라서 잡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일선에선 위험을 무릅쓰고 불과 사투를 벌이는 사람, 연일 강풍에 출동한 소방 핼기 조종사 등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알고 보니 진화 요원은 급조된 산불 안전 요원이며, 계약직 채용자에 불과한 실정이고 지급된 장비는 연기를 막을 보안경도, 방화모도, 방화복도 없었다. 간신히 반려견과 집을 빠져나온 주민은 이후 집에 돌아가 보니 키우던 염소와 닭들은 우리 안에서 새까맣게 타죽어 있었고 그 날 먹다 만 저녁 밥상에서도 상황이 긴박했음을 알려 준다.의성의 고찰 고운사는 전소되었고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2km 접근’ 자막에서 망연했고 관계자들은 비상대기 상태였다. 국민 모두는 비 소식을 고대했고 하늘의 도움이 간절했다. 마침내 비가 오자 박수를 치고 만세를 불렀다. 전쟁통도 이런 전쟁통이 없다. 산불은 캘리포니아 해외 토픽에만 나오는 일인 줄 알았다. 서기 64년 7월 18일 밤에 로마에는 불이 났다. 때마침 불어온 강풍을 타고 로마는 아흐레 동안 불타게 된다. 190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헨리크 시엔키비치’의 소설을 영화화한 ‘쿠오 바디스’(Quo Vadis, 1955)는 이 화재와 네로 황제를 다룬다. 시민들 사이에는 황제가 시적 영감을 얻기 위해 불을 질렀다는 소문이 퍼졌다. 네로는 소문을 무마하려고 기독교도를 방화범으로 지목한다. 영화는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네로를 묘사하고 그는 로마의 역사상 최고 유명인으로 남았다.로마시대 지중해의 국제 무역 중심지였던 폼페이. 서기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 폭발이 일어나며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아침부터 분화구 연기가 나더니, 오후 한 시에 화산이 폭발한다. 연기는 그 전에도 있었으므로 일상 생활을 하던 시민들은 검은 화산재가 하늘을 뒤덮자 서로 앞다투어 바다로 탈출했다. 남겨진 이들은 우리가 보는 바와 같이 케스케이드(석고) 가 되어 그날을 증언한다. 이 때는 로마의 티투스 황제 때였는데 제위 두 달 뒤 화산 폭발부터 대화재, 전염병으로 2년 남짓한 그의 치세는 재난 사후 처리에 분주하다가 결국 향년 마흔으로 서거하고 만다. 이번 산불은 천운으로 비가 내려 불길이 잡혔다. 그렇다면 안도의 한숨 쉬고 끝난 것일까? 산불 대책으로 민간에 대한 소방 안전 교육, 산불 방지 그리고 소방 헬기 확충이나 최신 소방 비행기, 소방 드론, 장비 현대화, 인공 강우 대책도 시급하다. 그러나 이것은 산불을 진화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대기는 건조해지고 온도는 높아지고 비는 안오고, 기압차로 바람은 더 세게 불어 산불이 더 발생되고 장기화되고 있다.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고,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우리는 수신하지 못하고 있다. 안다고 해도 저마다의 이기심으로 편리함으로 바쁘게 사느라 잊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든, 토양이 사막화가 되든, 미세먼지가 자욱하든, 지나고 나면 그뿐. 모두가 합심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으므로 우리는 불편한 진실은 외면한다.이번에도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에서는 대피를 못해 방에서 화를 당한 노인이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은 관계로 도시가 인접해 있어 산불이 도시로 번진다면 큰 재난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미세먼지, 황사, 지진, 수해, 감염병, 화재까지 대비 해야 한다. 갈수록 사는 게 힘들어 진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 이제 다시 합심해서 재난을 극복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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