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일 대선 패배 여파로 쇄신론이 분출하고 당 지도부 사퇴 요구가 잇따르는 등 커다란 후폭풍에 휩싸였다. 계엄·탄핵 정국이라는 어려운 구도에서 치러진 대선이지만 3년 만에 정권을 내준 충격 속에 당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현 지도부가 거취 표명을 하지 않은 가운데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지도부 총사퇴 요구도 나왔다.이날 국민의힘에서는 대선 패배를 계기로 반성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대선 후보 최종 경선에서 김문수 전 후보와 맞붙었던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국민께서 '불법 계엄'과 '불법 계엄 세력을 옹호한 구태정치'에 대해 단호한 퇴장 명령을 내리신 것"이라며 "구태 정치를 완전히 허물고 국민이 먼저인 정치를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라고 밝혔다.경선 후보이자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안철수 의원은 통화에서 "계엄과 탄핵으로 치러진 대선인데 경선 과정에서부터 '탄핵 반대'와 '탄핵 찬성'으로 나뉘어 싸우는 모습 자체가 옳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무거운 민심의 회초리를 겸허히 받겠다. 저희 당이 뼛속까지 바뀌어야 한다는 준엄한 명령일 것"이라며 "패배의 책임에서 저를 비롯한 누구 하나 자유로울 수 없다"고 적었다.TK 재선인 김승수 의원은 "국민의힘은 연이은 총선 참패와 대통령 탄핵까지 당하고도, 통렬한 반성과 뼈를 깎는 쇄신은 고사하고 여전히 오만하고, 무책임하고, 무기력했다"고 페이스북에 밝혔다. 조정훈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선택받지 못했다. '그래도 한 번 더 기대해보겠다'는 마지막 마음마저 지켜드리지 못했다"며 "그 앞에 변명은 없다. 다시 묻고, 다시 듣겠다. 그리고 제대로 고치겠다"고 밝혔다.새 지도부 구성 여부와 시기, 방식 등 향후 당 수습방안을 놓고는 내부 이견이 감지된다. 당장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이 놀랄 변화'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못한 김용태 비대위는 즉시 해체하고 대선판을 협잡으로 만들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며 "하루빨리 새 원내지도부를 꾸려 우리 당의 진로를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당 대표든, 원내대표든 선거에서 패배하면 책임지는 것이 기본적인 관례"라고 말했다.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날 비대위나 의원총회 개최 없이 사퇴 요구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공개적으로 사의를 밝힌 지도부 인사는 선거 운동 직전 김문수 후보가 임명한 박대출 사무총장이 유일하다.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당장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몰아붙이려는 상황에서 권 원내대표의 경륜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일주일 정도는 민주당의 동태를 보고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친윤계 한 중진 의원도 "선거 패배의 책임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며 "지금은 지도부가 사퇴할 때가 아니며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당원들에게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이에 오는 5일 본회의를 앞두고 개최 예정인 의원총회에서는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 혹은 비대위 체제 연장, 새 원내대표 선출 등을 놓고 계파 간 입장이 충돌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대여(對與)투쟁보다도 내부 정리부터 해야 하는 단계"라며 "내일 의총에서부터 당장 그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