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후폭풍에 휩싸인 국민의힘이 3년 만에 정권을 내준 충격 속에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보수의 재건을 위해 백지에서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며 대선 패배의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이번 대선 패배는 단순히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에 대한 심판에 그치지 않는다"며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분열에 대한 뼈아픈 질책"이라고 했다. 이어 "원내대표로서 나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그 책임을 회피할 생각도, 그리고 변명할 생각도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가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언했다고는 하지만 비상대책위 체제 유지 여부를 놓고 내부 갈등만 더 붉어지고 있다.비대위 체제는 차기 당권 향배와 직결된 만큼 6·3 대선 이후 국민의힘 내에서는 쇄신과 수습 방안이 제시되기는커녕 권력 투쟁 양상만 터져 나온 셈이다.이에 따라 비대위 유지 여부와 원내대표 선출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권 원내대표의 사퇴까지는 정해진 수순이었다.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권 원내대표를 향한 사퇴 압박이 이어졌고, 친윤(친윤석열)계와 중진 의원들도 대선 후보 교체를 둘러싼 혼선의 책임을 물어 사퇴를 촉구했기 때문이다.이렇게 권 원내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지만, '김용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유지를 둘러싼 내부 갈등은 여전한 상태다.친한계는 대선 패배 원인으로 당내 '구태 세력'을 지목하고, 권 원내대표뿐 아니라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하고 있다.친한계인 조경태 의원은 "비대위와 당 지도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면서 "지도부 사퇴 선언과 함께 원내대표를 뽑는 선거 일정을 검토해야 한다. 7∼8월 안에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이 우리 당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한지아 의원은 "창당 수준의 개혁과 혁신은 비대위 체제에서는 어렵다"며 "새로운 원내대표 체제에서 전당대회를 치르고 우리가 대대적인 개혁과 혁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반면, 친윤계와 중진 의원들은 현행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며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한 중진 의원은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보여준 비민주적 행태에 대해 권 원내대표가 책임질 필요가 있다"면서도 "6월 말 임기가 종료되는 김 비대위원장에게 권 원내대표와 같은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친윤계 재선 의원은 "원내대표는 새로 선출해야 하지만, 전당대회를 비대위원장이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김 위원장이 급하게 자리를 맡았지만,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여당의 '입법 강행'에 맞서기 위해 급하게 지도부를 바꾸기보다 현행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차기 당권 주자로는 한동훈 전 대표와 김문수 전 대선후보를 비롯해 나경원·윤상현·안철수 등 중진 의원들이 후보군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