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로 취임 1주일을 맞았다. 인수위 없이 곧장 임기를 시작한 이 대통령은 파격보다는 안정에, 이념보다는 실용에 무게중심을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 대통령의 안정·실용 기조가 눈에 띄게 드러나는 지점은 인사다. 이 대통령은 첫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만 지명했고,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장관들이 일괄 제출한 사표는 모두 반려했다. 계엄 사태 가담 의혹 등 결정적인 문제만 없다면 전임 정부 출신들과 당분간 '동거 내각'을 꾸려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이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하는 등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들을 다독이기도 했다. 추후 장관급 인사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도출할 국정 비전, 국민 추천제 실험 등을 종합해 장기적 안목을 갖고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이 대통령은 대신 대통령실 실장 및 수석급 인선을 상당 부분 마무리하고 기획재정부·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일부 부처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손발이 될 비서진과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경제·외교 파트의 실무 지휘자를 우선 임명함으로써 선순위 정책부터 '선택과 집중' 식의 국정 드라이브를 건 셈이다.특히 비서진과 차관으로는 현장 경험과 능력에 무게를 두고 실무형 인사들을 중점 배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통 관료 출신인 김용범 정책실장, 특수통 검사 출신 오광수 민정수석, 4선 중진 의원 출신 우상호 민정수석, 언론인 출신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등이 그 예다.경제·외교 부처 차관 역시 해당 분야에서 오랜 관료 경험을 갖춘 이들을 중심으로 발탁했다. 그러면서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등 해당 분야에서 이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이해하는 '책사' 성격 인사들을 대통령실에 배치했다. 보여주기식 깜짝 인사는 최소화하면서 이 대통령의 경제·안보 구상이 실무 차원에서 잘 구현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이런 기조는 일주일간 이 대통령의 대외 행보와 메시지 등에서도 드러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4일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6일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것 외에는 공개 일정을 거의 잡지 않고 있다. 조기 대선의 특성상 취임 선서는 약식으로 진행됐고, 현충일 추념식 역시 거창한 이벤트와는 거리가 있었다. 대신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두 차례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 행보에도 조용히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국 정상들과 순차 통화를 한 데 이어 오는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취임 열흘여 만에 서둘러 다자 외교에 나서는 데에는 미·중 갈등의 심화와 미국발 관세전쟁 등 한국의 경제·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줄 국제 정세 요인에 시급히 대처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