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 얘기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온갖 대내외 악재에 억눌려 추락을 거듭하더니 이젠 언제 그랬냐 싶게 연일 상승세를 지속하며 코스피 3,000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증시를 둘러싼 환경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국내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팔자' 일변도에서 '사자'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는 등 금융시장 안정도 한몫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도 해소됐다.무엇보다 이재명 정부의 증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국거래소를 찾아 부정거래 근절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또 물적분할이나 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주주들의 손실을 지적하면서 배당 확대, 우량주 장기투자를 위한 제도 개편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과 배당 확대 등이 가시화하면 '서학개미들의 국장 귀환'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경기와 기업 실적은 아직 증시의 커진 기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주가는 심리적인 측면이 강해 기대감이 선반영되고 경기를 앞서나가므로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은 0%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잠재성장률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기업 도산이 이어지는 건설업계를 비롯해 미국 관세의 표적이 된 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의 업종은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고 미국발 관세, 중동전쟁 등 나라밖 악재가 산적하다.주식시장은 상장기업과 투자자가 만나는 직접 금융시장으로 자본주의의 발판이다. 따라서 불공정거래 근절 등 제도적 장치 외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주가 상승의 핵심 원동력이 상장기업의 가치 제고에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 개발과 실적 호전으로 상장기업의 가치가 높아지고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들의 이익도 커지고 자본이 몰리게 된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국내 증시의 고질적 병폐를 척결하는 동시에 경기 호전과 기업실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것만이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 '코리아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길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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