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천하제일 명산'으로 불러온 금강산이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인의 명산이 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13일(현지시간) 파리 제47차 회의에서 북한이 신청한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한 것이다. 위원회는 금강산이 특유의 지형, 천혜의 경관, 불교문화 등이 잘 어우러져 세계유산 조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대한민국 헌법상 우리 영토 안에 있는 우리 산이니 엄청난 경사다.금강산은 기묘한 봉우리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아 '1만2000봉'으로 불린다. 또 많은 사연을 품어 한민족 현대사의 희로애락과도 닮았다. 가장 가깝게 떠오르는 건 설레는 꿈처럼 시작했다 비극으로 끝난 금강산 관광 사업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1998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던 고(故) 정주영이 당시 북한 통치자이던 김정일과 합의를 통해 금강산 관광길을 열었다. 그러나 남북 경협을 상징하던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우리 국민이 금지 구역을 산책했다는 이유로 북한군 총격에 피살돼 중단됐다. 이를 포함해 금강산 관광 사업은 여러 논란과 상처를 남겼다. 현대 측이 북한에 준 돈이 핵 개발 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미국의 제재 대상에까지 올랐다. 대북 송금 의혹 특검은 현대가 북에 보낸 돈이 5억 달러라고 발표했다. 약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 북한은 이스라엘을 능가할 실질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다. 우리 군사력이 세계 6위란 소식도 있지만 핵을 포함할 경우 남북 대결은 북의 절대 우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금강산이 세계유산이 됐지만 앞으로 가볼 기회는 더 적어진 것 같다. 북한은 2019년부터 금강산 관광 사업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을 배제했고 우리 자본과 기술로 지은 각종 시설들을 대부분 철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 통치자인 김정은이 재작년 말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창하고 나선 것은 남북 교류 가능성을 더 희박하게 만들었다. 사실 북이 이미 핵탄두와 투발 수단까지 보유한 이상 대한민국과의 대화나 교류는 가치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도 김정은 정권은 미국을 향해 '세계 최강의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