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국제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한국경제가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경제를 '서서히 열이 오르는 냄비 속 개구리'로 비유해 시선을 끌었다. 서서히 가열하면 냄비 속 개구리가 온도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다 죽는 것처럼 한국경제가 다가오는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응책도 없다는 비유였다. 외부 환경의 변화와 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현실에 안주하면 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조언이다.10년이 지난 2023년 맥킨지는 '한국의 다음 S-커브(상승곡선)'라는 보고서를 내고 바뀐 게 별로 없으며 냄비 속 물의 온도가 더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산업구조 개편, 고부가가치 전환, 산업혁신 기반 구축 등 8개 과제를 이행하면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 연평균 4∼5%대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맥킨지 한국오피스의 송승헌 대표는 "큰 산을 넘어야 하는데, 날은 저물고(20년 저성장) 큰 바위(규제)가 가로막은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일률적이고 유연성이 떨어지는 규제로 지난 20여년간 '새로운 성장'을 만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올해 한국 경제는 1%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2차 추경의 효과 반영 전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올 성장률 전망치가 0.8%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수준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 건설경기 침체에다 대외적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으로 수출까지 타격을 받으면 올해 우리 경제는 과거 역대급 위기가 발생했던 때와 비슷한 저성장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더구나 이런 저성장의 요인은 단기 처방으로 탈출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어서 과거처럼 성장률의 급반등도 기대하기 어렵다. 과감하고 충격적인 수준의 혁신이 없다면 저성장이 굳어져 '잃어버린 30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도 많다.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관세 협상 등 당장 눈앞에 떨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데만 매몰되지 말고 규제 혁파와 산업 구조 개혁, 첨단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우리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찾아내야 한다. 이제는 냄비 속 개구리를 구해내야 할 때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