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0조 원 규모 벤처투자시장 조성은 이재명 정부의 1호 공약에 포함됐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도전적인 정책이다. 지난해 말 11조9000억 원 수준인 벤처투자를 4배 가까이 늘리는 야심찬 목표다.
벤처창업은 본 질적으로 통제가 아닌 자율과 확률의 게임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계공이 아닌 정원사의 관점으로 생태계를 바라봐야 한다.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히 개혁하고, 각 권역의 특화산업과 글로벌 밸류체인을 연결하는 혁신 허브를 구축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민관이 협력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혁신한 TIPS(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사례처럼, 새로운 협력 모델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과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벤처창업 생태계로 거듭나야 한다.
하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단순히 투자재원 증액을 넘어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벤처투자의 7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인재와 인프라가 수도권에 몰려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협소한 국내 시장의 한계와 글로벌 진출의 어려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현상이다.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벤처창업 생태계를 소금물 탱크에 비유하면, 스타트업은 소금이고 성장자금은 물이다. 물만 갑자기 늘리면 소금물이 희석되거나 탱크가 넘칠 위험이 있다. 탱크 용적을 전국으로 넓히고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혁신 스타트업을 키워내면서 출구(Exit)도 확대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해법은 행정구역이 아닌 500만 명 규모 인구를 기준으로 한 5개 광역권별 특화 벤처창업 생태계 구축이다. 5개 광역경제권별로 축적된 제조 역량에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생명과학·바이오테크, 에너지·기후대응, 첨단 소재·부품·장비, 우주항공·식품 등 글로벌 수요를 충족하는 클러스터로 육성해야 한다. 
 
이들 생태계는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한 테스트 베드 역할을 담당하며, 각 권역의 특화 산업과 글로벌 밸류체인을 연결하는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 전 검증과 성장의 발판을 제공해야 한다.
수도권 벤처투자 규모는 현재 10조 원 규모에서 20조 원으로 확대하되, 나머지 20조 원으로 광역 단위별로 평균 4조 원 내외의 벤처투자 시장을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형평성 차원의 자원 배분이 아니다. 각 권역이 보유한 산업적 강점과 글로벌 밸류체인을 연결하여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혁신 거점을 만드는 전략적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