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을 포기한다면 러시아와 신속한 평화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유럽 정상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결과를 유럽 정상들에게 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고위 유럽 관리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이 고위 관리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에서 철수하면 현재의 전선을 기준으로 휴전하고 우크라이나 또는 유럽 국가를 재공격하지 않겠다는 것을 서면으로 약속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을 포기하면 남부 전선을 동결하고 공격을 멈추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전한 바 있다.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뜻한다. 러시아는 현재 루한스크의 거의 전부, 도네츠크의 약 75%를 장악했으나 도네츠크 서부의 전략적 요충지는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미·러 정상회담 직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에게 이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러시아로부터 단순 휴전을 끌어내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푸틴은 기존에도 이 두 지역을 러시아에 완전히 넘기는 것을 조건으로 휴전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회담 전, 즉각적인 휴전이 최우선 목표라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포기를 조건으로 내건 푸틴의 평화 협상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급선회한 셈이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1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그간 도네츠크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의 기존 영토를 절대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일단은 이 문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FT는 전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휴전 요구를 포기한 것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쟁을 무기한 지속할 수 있는 '프리패스'를 부여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로 가는 길에 "나는 이 살육을 멈추기 위해 왔다"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고통을 외면했으며, 푸틴에게 전쟁을 계속할 시간을 벌어줬다고 NYT는 지적했다.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 '프리패스'를 부여했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사를 지낸 이보 달더는 "그(트럼프)는 또다시 농락당했다"며 "휴전, 심각한 경제적 후과, 실망감에 대한 모든 약속에도 불구하고 푸틴이 트럼프를 다시 농락하는 데에는 레드카펫 위에서 2분, (미국 대통령의 전용 차량인) 비스트 안에서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이러한 입장 선회가 1938년 9월 영국 총리 체임벌린과 독일 히틀러의 뮌헨 회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당시 체임벌린은 독일인이 많이 거주하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일부(주데텐란트)를 할양하라는 히틀러의 요구를 들어줬다. 이는 나치 독일의 팽창을 막지 못한 유화정책으로 비판받았고, 결국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을 "국제 외교 역사상 가장 구역질 나는 에피소드"라고 맹비난했다.그런데도 우크라이나와 유럽 지도자들은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모양새다. 일부는 알래스카로 가는 길에 트럼프가 나토 회원국 지위는 아니더라도 미국이 유럽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일종의 안보 보장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발언한 것에 고무됐다고 NYT는 전했다.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미국, 러시아 간의 3자 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지지한다"며 "지도자 수준에서 핵심 문제들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며, 3자 형식이 이에 적합하다"고 밝혔다.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역시 "트럼프의 노력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만들었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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