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섬유박물관이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전 'Beyond Textile : 섬유, 경계를 넘다'가 지난 6월 5일 개막 이후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이번 전시는 섬유를 전통적인 직물의 개념에서 확장해 산업·기술·예술을 아우르는 미래 섬유의 새로운 가능성을 조망한다. 탄소섬유, 아라미드 등 고기능성 소재에서부터 3D 프린팅 패션, AI 기반 가상 의상에 이르기까지 섬유의 변화된 모습과 그 속에 담긴 기술, 감성, 지속가능성의 메시지를 다채롭게 풀어낸다. 
 
전시는 세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섬유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제시한다.■ 인간은 정말 ‘보이지 않는 옷’을 입을 수 있을까?최근 과학기술은 빛의 굴절을 조작하는 ‘메타물질’ 기술을 기반으로 투명망토 구현 가능성을 현실화하고 있다. 일부 실험에서는 이러한 성질을 섬유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존재를 감추는 섬유라는 개념을 통해 ‘입는다’는 행위에 새로운 정의를 더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빛의 흐름을 조작해볼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투명망토 체험’을 선보인다. 특정 각도에서 모습이 사라지는 시각적 위장을 직접 경험하며 섬유가 미래 기술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상상해보고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3D 프린팅 기술은 지속가능성에 얼마나 닿아 있는가?잉크젯처럼 섬유 위에 직접 입체 구조를 출력하는 ‘폴리젯(PolyJet)’ 기술은 원단 낭비 없이 정밀한 제작이 가능하며 물리적 패턴 없이도 의상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제작 방식을 제시한다.
전시 2부에서는 디자이너 이승익과 한나신의 작품을 통해 이 기술의 응용 가능성을 선보인다. 한나신은 폐로봇 부품과 재고 비즈를 활용해 FDM방식의 3D 프린팅 드레스를 제작했고 이승익은 가죽 위에 폴리젯 기법으로 출력된 패턴을 구현해 기술과 감성이 결합된 조형미를 보여준다. 이러한 3D 프린팅 방식은 주문형 생산, 즉각적인 수정, 최소한의 폐기물 발생이라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AI는 섬유산업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을까?AI 기반 디자인 시스템의 도입은 패션산업 전반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AI 기반으로 디자인한 비스퍽의 의상을 선보인다. AI는 반복 작업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감성과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산업 구조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AI는 실제 샘플 제작 없이 가상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디자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 원단과 부자재 낭비, 촬영 및 물류 이동에 따른 에너지 소비와 폐기물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정밀한 수요 예측과 맞춤형 생산도 가능해, 과잉 생산과 재고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한다.
 
패션은 이제 단순히 ‘무엇을 입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비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해 있으며 AI와 디지털 기술은 그 해답을 제공하고 있다.
 
■ 시민과 함께 만드는 섬유의 지식 생태계한편 대구섬유박물관은 전시와 연계해 오는 21일부터 11월 20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 총 12회에 걸쳐 패션인문학 강좌 ‘옷장 속 과학’을 운영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2025 지혜학교’ 공모사업에 대구 지역 공립박물관 중 유일하게 선정된 이번 강좌는 섬유·패션을 과학과 인문학의 시선으로 통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1부 ‘옷장 속 과학’에서는 투명망토, 스마트 의류, 방탄 섬유 등 섬유 기술을 문화적 맥락과 함께 살펴보고 2부 ‘옷장 속 문화’에서는 예술·성·사치·스포츠 등 패션이 사회적 상징으로 기능해온 과정을 다룬다. 강연에는 이승익(홍익대), 양영환(국립창원대), 김봉훈(DGIST), 김정숙(영남대), 김민지(Tracing Patterns Foundation) 등 산·학·연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번 강좌는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으며 전시의 메시지를 생활 속 지식으로 확장하는 시민 참여형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전시는 오는 10월 12일까지 대구섬유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Beyond Textile : 섬유, 경계를 넘다'는 섬유가 기술과 상상,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까지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