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한창 때의 봄을 알리는 뻐꾸기 소리가 뜸해질 무렵이면 여름을 알리는 전령이 뻐꾸기와 교체해서 나타납니다. 초여름 밤 창문을 열고 있으면 멀리서, 가까이에서 합창하는 개구리들의 울음소리가 요란스럽습니다.    가만히 들어보면 한 녀석이 울기 시작하면 근처에 있는 개구리들이 일제히 따라 울고 또 일제히 울음을 뚝 그칩니다. 문을 열고 개구리들의 합창을 듣는 것이 여름밤의 운치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면에 이 소리를 잠을 설치게 하는 소음이라 여기는 이도 있겠지요. 고구려 미천왕은 왕이 되기 전 이름이 을불이었는데 정치적 이유로 젊은 시절 떠돌이로 지났습니다. 신분을 숨기고 떠돌이 소금장수도 하고 부자집 머슴살이도 했는데 머슴살이할 때 그 집 마당 연못에 개구리가 많아서 이를 시끄럽게 여긴 주인이 낮에 고된 노동을 한 을불에게 밤에는 또 개구리들이 울지 못하도록 주기적으로 연못에 돌을 던지게 했다는 야사가 있습니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개구리는 우리와 가까이 함께 살아 왔습니다. 언제부턴가 ‘개굴개굴’하는 정겨운 참개구리 합창 소리와는 동떨어진 마치 다친 짐승이 울부짖는 듯 밤이면 ‘우웡우웡’하는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개구리들의 합창에 섞이지 못하고 그 소리는 따로 뚝 떨어져서 저 혼자 귀에 거슬리게 울어댔습니다. 그것이 황소개구리 울음소리란 건 한 참 뒤에 알았습니다. 알고 나서도 내 귀에는 개구리 울음소리라기보다 덩치 큰 짐승의 괴성으로만 들렸습니다. 황소개구리는 우리 토종 생물이 아니라 미국 동부에 주로 서식하는 bullfrog으로 이것을 우리말로 황소개구리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에 일본을 통해서 식용 목적으로 들여왔는데 식용으로 인기가 없자 식당 주인들이 저수지 등지에 가져다 버린 것이 우리나라 생태계에 유입된 계기라고 합니다.    한때 이 황소개구리가 우리나라 생태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서 결국 환경부가 이것을 유해종으로 지정해서 황소개구리와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황소개구리는 우리 참개구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덩치가 큰 데다 올챙이조차 10cm를 넘는 크기인데 암컷 한 마리가 한 번에 4만 개까지도 알을 낳을 수 있어 순식간에 퍼져나갔습니다.    이놈들의 먹성은 상상을 뛰어넘어 곤충을 위시하여 눈에 보이는 대로 곤충류, 개구리류, 어류, 작은 포유류, 작은 조류 등 닥치는 대로 우리 생태계의 토종 생물들을 먹어 치웠습니다. 물가에 둥지를 만드는 개개비가 황소개구리의 배 속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도태되어 보기 어려운 황소개구리를 왜 갑자기 들먹이는지 의아해 하시겠군요. 대통령이 바뀐 후로 미국은 각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터무니없는 관세를 부과해서 세계 경제 질서를 흔들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상대국 정상을 면전에 두고 옷차림을 면박하고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다른 나라의 정치 상황을 비난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외교적 결례를 저지르면서도 사과할 줄 모르는 거만한 태도를 보여 상대국민들의 분노를 유발했었지요.    더욱이 우리나라와는 한미 무역협정에 따라 면제되던 상호 관세를 15%나 부과하고 게다가 철강이나 알루미늄은 50%나 되는 관세를 요구하여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자동차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 크게 데미지를 주고 있습니다.    결국 무역 관세를 피하려면 자동차나 철강 생산을 미국 현지로 옮겨 생산할 것이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일자리가 더 줄어들어 고용의 질이 나빠질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입니다.    한미 군사 협정에 따라 한국에 주둔한 미군이 우리나라로부터 임대하여 사용하는 미군 부지의 소유권을 미국으로 넘겨달라고 요구한다는 어제자 뉴스를 보며 한미가 동맹이라는 관계가 무색하게 느껴지며 한때 우리나라 생태계를 쑥대밭으로 만들던 황소개구리가 생각나더군요. 그렇지만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황소개구리도 2000년대 이후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황소개구리가 처음 나타났을 때 낯선 먹이를 꺼리던 우리나라 토종 천적들, 예를 들면 왜가리나 백로, 가물치, 유혈목이, 그리고 오리류가 이제는 황소개구리에 맛을 들여 성체는 물론이고 올챙이들을 토벌하다시피 먹어치우는 데다, 환경부가 황소개구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으로 소탕하려는 노력에 힘입은 결과입니다.    거기에다 큰 덩치가 천적의 눈에 잘 띄니 살아남기 위한 자연 선택으로 황소개구리의 평균 크기도 줄어들어 우리나라 생태계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인다고 합니다. 동네에서 가진 것이 제일 많고 힘이 가장 센 형이 자기보다 약한 동네 아이들을 만만히 보고 제가 가진 힘으로만 대장노릇을 하려 들면 역효과를 불러 경원당하기 일쑤입니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나눌 줄 알고 겸손하게 자신을 낮출 때 동네 아이들은 오히려 그를 존중하고 따르며 즐겨 우호적 관계가 되고자 하는 것은 조그만 동네 생태계에만 국한되는 이치는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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