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 중에 꼭 고칠 내용이 있다. ‘여자와 북어는 사흘마다 두들겨 패야 한다.’가 그것이다. 즉 여자는 남자가 폭력을 행사해야 고분고분 해지고 순종을 잘 한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랴. 필자가 무슨 여권 운동가는 아니다. 하지만 이 말은 여성을 한껏 비하하고 폄하하는 말이기도 하여서 입에조차 올리기가 매우 거북하다. 또 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가 그것이다. 이 속담에서 암탉은 여인을 칭하는 말이 아니던가. 뿐만 아니라 여자가 자기주장이 강하거나 기가 세면 집안 꼴이 제대로 안 돌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말 역시 시대에 맞지 않다. 요즘은 집안의 모든 일들이 여성의 지혜로운 판단 하에 이루어진다. 자녀들의 교육도 아내가 신경 써야 훗날 좋은 대학도 간다. 또한 아내가 알뜰히 살림을 해야 부도 쌓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속담도 ‘암탉이 울면 집안이 흥한다’로 고쳐야 할 것이다.   이 두 속담 중 가장 시급히 폐기해야 할 것은 ‘여자와 북어는 사흘마다 두들겨 패야 한다’이다. 그야말로 가정폭력을 부추겨온 말이어 서다. 안 그래도 요즘 데이트 폭력, 성폭력, 가정 폭력을 일으키는 장본인들이 바로 남자 아니던가.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여성을 살해하는 흉악범인들 다수가 역시 남자다. 이런 세계적으로 남자들의 여성에 대한 신체적, 정서적 폭력이 횡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도 이젠 문화 현상에 대한 여권주의(Feminism)적 접근이 활발한 추세다. 그래서인지 현대는 각계각층에 여풍(女風)이 드세게 불고 있어서 이런 점은 참으로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남자들이 해내는 일을 여자들도 너끈히 행하고 있어서다. 이런 사회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여권이 신장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하여 태생적으로 연약하다.   그러고 보니 유행가 가사조차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하에 의하여 여성의 미덕만 강조하는 게 수두룩하다. 가령 최기섭·박영순 부부가 불렀던 ‘부부’라는 노래만 해도 그렇다. 이 노래 중 2절을 자세히 살펴보면, ‘당신 위해 가는 길이 여자의 숙명이요 운명 인 것을/ 좋은 일도 궂은 일도 함께 당신의 그림자로 행복합니다.’라는 부분이 왠지 눈에 거슬린다. 이 가사 내용이 남녀평등과 자주성 회복에 매우 어긋났기 때문이다. 이 노래 가사에서 여자는 자기 삶의 주체 의식을 상실했다.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도 남성들이 매사 여성보다 우위에 있음을 은연중 내비치고 있다고나 할까. 특히 ‘당신의 그림자’라는 가사는 여자는 남자에게 종속돼 있다는 의미가 아니고 무엇이랴.   또 있다. 여성의 맹목적인 순종을 의미하는 내용의 가사는 양미란의 노래 ‘당신의 뜻이라면’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이 노래는 1968년 발표된 노래이긴 하다. ‘당신의 뜻이라면 하늘 끝까지/ 당신의 길이라면 따르겠어요’로 시작하는 이 노래 가사는 여성은 오로지 남성에게 의존한 삶을 사는 존재로만 부각 시키고 있다. 아울러 무조건 남자의 뜻에만 따르겠다는 조건 없는 순종도 표현했다. 아무런 대가없이 사랑을 하는 순수한 남녀 관계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런 순연한 진정성 있는 사랑과는 극명히 그 의미가 다른 게 맹목적 순종 아닌가. 이제 여성만이 일방적인 인고(忍苦)와 오직 상대방을 위한 일편단심(一片丹心)의 지나친 강조는 어찌 보면 반여권적인 일이 아니고 무엇이랴. 1968년도만 하여도 남아선호 사상이 짙게 만연돼 있었고 여자는 다소곳하고 조신해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했던 시기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1968년에 발표된 이미자의 노래 ‘여자의 일생’을 살펴보면, ‘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이라고 끝난다. 이 가사에선 여자로 태어난 숙명을 인정하고 모든 슬픔과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내용 일색이어서 왠지 껄끄럽다. 여자는 도통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의지도 빈약하고 자신의 권리도, 주장도 없이 지내는 게 필수적인 덕목으로만 내재 돼서이다. 하긴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있듯이 아직도 여성이 튀는 언행을 하거나 남다른 면모를 갖추면 동성(同姓)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게 사실이다.   필자도 세 딸을 두고 있다. 딸들이지만 아들 못지않게 키우고 가르쳤다. 오히려 남의 가문에 출가 할 딸이기에 가정교육도 더 엄격하고 매사 반듯하도록 훈육했다. 맑은 혼을 갖춰서 현명하고 지혜로운 아내, 며느리, 어머니가 되기를 무엇보다 갈망 하였다. 이게 아니어도 세상의 절반은 남성이고 나머지는 여성이다. 남녀가 동등하게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 할 때 따뜻하고 밝은 사회가 구현 될 것이다. 이런 세상을 만들려면 남성들이 자각할게 있다. 아직도 곳곳에 잔존해 있는 남성들 중심의 지배이데올로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여성을 한 인간의 인격체로 인정하여 매사 존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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