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군 지품면은 산과 하천, 농촌과 주민 공동체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전형적인 내륙 농촌 지역이다. 낙동정맥의 산줄기가 면을 감싸고, 오십천과 지류 하천이 마을 사이를 흐르며 삶의 터전을 이룬다. 겉으로는 조용한 산촌이지만 지품면은 오랜 시간 농업과 생활 공동체, 그리고 최근의 대형산불로 인한 피해에 대한 회복과 재건이라는 굵직한 서사를 함께 품은 곳이다.지품면은 8월 말 기준으로 1862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2022년 1946명에 비해 느린 속도지만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다. 출생보다 사망이 많고 전출이 전입보다 많은 전형적인 농촌 인구 구조를 띠고 있다. 특히 2024년에는 출생아가 ‘0명’을 기록해 농촌 고령화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960년대 인구가 5000명에 이르었지만 지금은 절반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품면은 여전히 1800명대 인구를 유지하며 생활 공동체의 기본 틀을 지키고 있다.
지품면의 전체 면적은 150.24㎢로 이 가운데 임야가 129.31㎢에 이른다. 면적의 대부분을 산림이 차지하고 있으며 경작지는 논 6.19㎢, 밭 3.99㎢, 과수원 0.85㎢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토지 구조는 지품면이 대규모 평야 농업보다는 산지형 농업과 과수 재배에 적합한 지역임을 보여준다.지품면 인구의 약 95% 정도는 농업인구다. 이들은 벼, 콩, 고추, 마늘 등을 경작하고 있고 산지형 농업의 특징을 말해주듯이 과수농가가 80%에 이른다. 특히 지품면 신안리는 ‘복숭아 향기마을’로 불릴 만큼 복숭아 재배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지품면은 내륙 산간지형 특유의 큰 일교차와 배수가 좋은 토양은 복숭아 재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과육이 단단하면서도 당도와 향이 뛰어난 품질로 평가받고 있다. 오랜 기간 축적된 농가의 재배 경험 역시 지품면 복숭아의 경쟁력이다. 신안리는 단순 생산지를 넘어 복숭아를 마을 정체성과 스토리 자원으로 확장하며, ‘복숭아 향기마을’이라는 테마 아래 주민 주도의 마을 활성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품면의 복숭아도 4~5년 전부터 과거의 명성에 무색하게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다. 낙화가 많고 병충해가 늘어나 영농조건이 악화된 탓이다. 그래서 복숭의 대체작물로 새롭게 사과가 떠오르고 있다. 지품면의 사과는 ‘귀신 사과’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알이 굵어 제사상에 오르기에 좋다는 평가를 받으며 붙여진 이름이다. 지품면의 사과가 굵은 것은 인근의 청송사과와의 차별점이다.
지품면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았던 것은 송이다. 지품면의 송이는 동해안의 해풍을 맞는 청정 산림 환경에서 자라 향이 깊고 맑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조직이 치밀하면서도 수분 함량이 적당해 씹을 때 탄력이 있고 불에 구우면 특유의 솔향이 오래 남는다. 갓이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고 형태가 단정해 상품성이 높으며 맛이 담백하면서도 뒤끝이 깔끔해 예로부터 귀한 가을 산물로 평가받아 왔다. 지난 봄의 대형산불로 송이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송이 채취로 부자농가가 많았지만 이들은 이제 막막한 현실에 놓였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약 1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영덕군에서는 송이 채취 농가에 두릅, 고사리 등 대체작물을 권하고 있다.
지품면은 지난 봄 발생한 대형산불로 큰 상처를 입었다. 산불 피해 마을은 20개, 피해 세대는 204세대, 이재민은 288명에 이르렀다. 피해 면적은 약 144만2652㎡로 영덕군 내에서도 가장 넓은 피해 지역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신속한 대피와 대응으로 인명 피해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지품면 공동체의 대응 역량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산불 이후 지품면에는 임시조립주택 212동이 계획됐으며 1차적으로 주거·생활 안정 중심의 복구는 완료했다. 피해 주민에게는 임시주거와 생활필수품 지원이 이뤄졌고 농경·과수 등 생산 기반 피해에 대해서는 농기계 구입 지원, 양봉 기자재 지원, 비료 지원 등 실질적인 복구 대책이 병행됐다. 특히 산불 피해 농기계 구입 지원 사업에는 228농가, 11억7000만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며 농업 재건에 힘을 보탰다.
지품면은 교통 여건에서도 변곡점에 서 있다. 당진–영덕 고속도로가 면을 관통하지만 현재 지품면 내에는 나들목(IC)이 설치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인근 접근성 개선을 위한 수암IC 개설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고속도로 IC 설치는 지품면 정주 여건과 물류·관광 활성화에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지품면을 관통하는 국도 34호선은 현재 선형 개량과 정비 공사가 진행 중이다. 교량 1개소와 터널 2개소를 포함한 이 공사는 12월 말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완료되면 주행 안전성과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중교통으로는 영덕읍과 청송군 진보면을 연결하는 노선버스, 달산면·지품면 격오지를 순환하는 농어촌버스가 하루 약 12회 운행되고 있다.
지품면에는 주민과 방문객 모두가 찾는 자연형 휴식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오천솔밭 유원지는 울창한 솔숲과 하천이 어우러진 여름철 대표 피서지로 가족 단위 방문객이 즐겨 찾는다. 캠핑과 휴식, 자연 체험 공간으로 활용되며 생활형 관광 자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용추유원지 역시 용추폭포를 중심으로 한 경관이 인상적인 곳으로, 물놀이는 제한되지만 잠시 머물며 자연을 즐기기에 적합한 공간이다.지품면은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귀농·귀촌 정책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귀농인에게는 이사비 최대 50만 원 지원, 농촌 정착을 위한 영농기반 구축비 1인당 500만 원 지원(보조 400만 원, 자부담 100만 원) 등의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는 단기 체류가 아닌 안정적인 영농 정착을 유도해 미래 농업 인력을 육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지품면에는 지품초·중 통합학교가 자리해 농촌 지역 교육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작은 학교지만 학생 한 명 한 명을 깊이 돌보는 교육 구조는 지품면이 단순한 고령 농촌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지역임을 보여준다. 학교와 마을, 행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 역시 지품면 공동체의 강점이다.지품면은 화려한 관광지나 급격한 개발의 중심에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곳에는 자연과 사람, 농업과 공동체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삶의 밀도가 농축돼 있다. 산불이라는 큰 시련을 겪었지만 지품면은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며 조용한 회복의 길을 걷고 있다. 지품면의 이야기는 오늘날 농촌이 단순히 사라지는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지속될 수 있는 삶의 터전 임을 말해주고 있다.
권수진 이장협의회장은 “지품면은 다른 농촌에 비해 부자 농촌이었고 자녀 교육에도 큰 애로가 없었다”며 “고속도로 개통과 국도 선형개량사업 등으로 오가는 길이 좋아져 영덕군내는 물론 인근 도시인 안동, 청송, 포항, 영양 등지로의 왕래가 편해져 귀농·귀촌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불 피해는 많았지만 정부 보상 등이 이뤄지고 주민들 스스로의 극복 노력이 대단하다”며 “앞으로도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지원해 산불의 상처가 하루 속히 아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김상덕 지품면장은 “지품면은 산과 하천, 농촌과 생활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농촌지역”이라며 “지난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이를 계기로 안전과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세우며 회복과 재건을 차분히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면장은 또 “지품면의 발전을 위해 고속도로 나들목 개설 등 현안사업이 이뤄져 성장과 회복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