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기운이 있어 동네 의원을 찾았다가 차도가 없어 다음 날 다른 병원을 방문해 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때 환자들은 앞선 병원에서 어떤 약을 처방받았는지, 어떤 검사를 했는지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의사 역시 환자가 이전에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어 비슷한 검사를 다시 하거나 같은 효능의 약을 중복으로 처방하는 경우가 빈번했다.이런 이른바 '의료 쇼핑'과 중복 진료는 환자의 몸에 무리를 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매달 내는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정부가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2026년 주요 업무보고를 통해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진료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관리하는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소중한 보험료가 불필요한 곳에 새 나가지 않도록 막고, 환자가 여러 병원에 다니며 겪을 수 있는 약물 오남용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취지다.이번 대책의 핵심은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현재의 보건의료 체계에서는 환자가 직접 말해주지 않는 이상 의사가 다른 기관의 진료 정보를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중복 진료와 불필요한 의료 이용은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말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해 심평원이 환자의 과다 의료 이용을 방지하기 위한 확인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해당 법안은 올해 12월 24일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심평원은 올해 상반기부터 시스템 운영을 위한 세부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한다. 오는 7월까지 의료 과다 이용 항목을 선정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결정할 운영 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시스템 개발은 올해 11월 완료를 목표로 추진된다. 정보화 사업을 통해 구축될 이 시스템은 의료기관들이 환자의 진료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계하고 확인할 수 있는 고속도로 역할을 하게 된다. 정부는 시스템 구축에만 그치지 않고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7월부터 9월까지 병의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면 국민의 의료 생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환자 안전이 강화된다. 여러 병원에서 같은 성분의 약을 중복해서 처방받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 입장에서는 중복 검사로 인한 비용 부담과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거시적으로는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이 줄어들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심평원은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는 올해 11월과 12월, 두 달간 시범 운영을 통해 안정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는지, 정보 공유 과정에서 보안상의 문제는 없는지 꼼꼼히 살핀 후 2027년 전면 오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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