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는 2008년 여름 리먼 브라더스의 도산으로 본격화했다. 하지만 한참 전부터 위기 징후가 나타났고 경고음도 울렸다. 리먼이 도산하기 1년 전인 2007년 8월 프랑스은행 BNP파리바는 총 27억6000만달러 규모의 3개 펀드에 대한 환매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금융위기 촉발의 주범으로 꼽히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기반으로 한 펀드였다. 이후 위기 징후는 더 번졌고 결국 이듬해 대형 경제 위기가 터졌다.최근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유가 급등과 '스태그플래이션'(Stagflation:고물가 속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 불안과 금융시장 혼란, 미국 중간선거에 미칠 악영향 등을 생각해 전쟁이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라지만 이란의 저항이 만만찮으니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회색 코뿔소'가 될 수 있다는 걱정도 크다. 더구나 이 와중에 미국 사모대출 펀드의 환매가 중단돼 불안감을 몰고 왔다. 월가의 유명 IB(투자은행) 사이에선 이미 과거 금융위기 직전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경고가 나온다고 한다.과도한 우려다. 지금의 세계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과는 많이 다를뿐 아니라 당시보다 양호한 상황이어서 이런 우려는 지나친 수준이다. 무조건 오르는 게 '절대 선(善)'인 줄 알았던 주가가 하락하는데 베팅하는 상품이 팔리는 걸 보면 전쟁의 공포를 확산시켜 돈을 벌려는 '공포 마케팅'의 일환인지도 모른다. 금융위기를 예언한 미국의 유명 대학교수, 영화의 주인공이 된 월가의 저명 공매도 투자자 등은 모두 '공포 장사꾼'일 수도 있다.그런데도 걱정을 털어낼 수 없는 건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 때문이다. 차갑게 얼어붙었던 경기가 천신만고 끝에 회복 국면의 초입에 들어선 시점에 해외에서 터진 복합 악재는 예측도 해결도 어려운 문제다. 미국의 무리한 관세와 투자 요구에 시달려온 한국경제는 이제 '유가 100달러, 달러 1,500원'이라는 대형 악재에 직면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경제 악재나 걱정이 없던 시절은 거의 없었지만, 위기냐 극복이냐를 결정짓는 건 언제나 우리의 대응이었다. 실제 위기의 단초인지, 공포 마케팅인지 판별하긴 어렵지만 대비하는 건 우리 몫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