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실물경기에도 충격파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 부담이 겹치는 '이중고'로 내수 경기 회복 기대가 흔들리고,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세도 중동발 물류차질과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른바 '전쟁추경'을 편성하고 주요 민생품목의 물가를 관리하는 복합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2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등 주요국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확 꺾이고 연내 인상 전망이 급부상했다. 미국, 유럽, 영국, 일본의 중앙은행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를 발신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은 다음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선 하반기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 권효성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9일 금융투자협회 '호르무즈 위기 긴급 세미나'에서 유가 108달러 이상·원/달러 환율 1,500원대 진입을 전제로 "한은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억제하기 위해 이르면 3분기부터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제유가는 브렌트유는 배럴 당 110달러 이상이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환율은 20일 주간거래 종가 기준 1,500원이 넘었다.시장 금리도 상승세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일 연 3.410%로 전 거래일보다 8.1bp(1bp=0.01%포인트) 올랐다. 가파른 고물가·고금리 흐름은 우리 경제 회복세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 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이 확대되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동반 위축이 나타나게 된다. 무리하게 대출받은 '영끌·빚투' 족이나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부터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역시 중동사태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 인공지능(AI) 경기 호황에 힘입어 수출을 견인하는 반도체의 경우, 핵심 운송 수단인 항공 물류길이 차질을 빚으면서 운임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 전력 소비가 막대한 업종 특성상 에너지가격 급등에 따른 충격도 거론된다. 재정경제부도 지난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중동 상황을 언급하며 8개월 만에 경기 하방 위험을 꺼냈다.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2.0%'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물가를 비롯한 여러 방면에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 2.0%의 성장률 전망치가 유지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정부는 재정 확대와 물가안정 대책을 병행하는 '복합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최대 2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가 진행 중이고, 정부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중심으로 23개 민생품목의 유통 구조를 점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돼지고기·밀가루 등 주요 생활밀접품목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담합 행위를 적극적으로 제재하겠다는 움직임이다.다만 복합대응의 정책취지와는 달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상승으로 대출 비용이 증가하면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소비자는 지출을 줄이게 된다"며 "정부가 추경으로 재정을 확대하더라도, 민간 수요 위축으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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