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국내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지 약 20년 만에 대대적인 구조 개편에 들어간다. 노사정은 개인과 기업별로 흩어진 퇴직연금을 하나로 묶어 전문가 집단이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본격 도입하기로 합의했다.이에 정부는 올해 7월까지 세부 제도를 설계하고 연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천조 원의 자산을 굴려온 국민연금공단 등을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에 참여시키는 공공기관 개방형 추진 논의도 본격화되면서 찬반 논쟁이 뜨겁다. 국민의 실질적인 이익과 노후 소득 보장 관점에서는 국민연금의 참여가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기존 민간 금융업계의 반발과 운용 역량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8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노동계 경영계 등이 참여한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테스크포스는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기금형 퇴직연금을 본격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고용노동부는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올 상반기 중소기업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7월까지 노동자 수급권 보호를 골자로 하는 세부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보고했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은 적립금 규모가 2025년 기준으로 501.4조 원을 돌파하며 양적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오는 2040년에는 1천172조원, 2055년에는 1천85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기금형 퇴직연금이란 회사와 근로자가 돈을 모아 별도의 독립된 전문 기금을 만들고 자산운용 전문가에게 통째로 맡겨 투자를 대행하게 하는 구조다. 반면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은 회사가 은행이나 증권사 등 민간 금융회사와 개별적으로 계약하고 금융회사가 추천하는 상품을 기업과 근로자가 직접 골라 돈을 굴리는 방식이다. 계약형은 개인이 직접 자산을 관리해야 하지만 기금형은 전문가 집단이 대규모 자금을 한군데 모아 체계적으로 운영한다는 차이가 있다.이런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은 운용 방법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지며 대다수 가입자의 노후 보장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퇴직연금 연간수익률은 2025년 기준 6.4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나 증시 호황을 누린 국민연금 수익률 19.9%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전체 적립금의 75.4%인 378.1조원이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여전히 쏠려 있어 가입자 절반의 수익률은 물가 상승률을 방어하는 수준인 2%대에 그치고 있다.국민 이익 관점에서 볼 때 국민연금의 참여는 퇴직연금의 고질적인 저수익 구조를 깨뜨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열쇠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약 2000조원에 달하는 거대 자산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운용한 경험이 있으며 증시 호황기에는 19.9%의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는 역량을 입증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참여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 합동 실무작업반 내부에서는 두 제도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국민연금은 전체 기금을 하나로 묶어 운용하며 나중에 정해진 액수를 지급하는 구조지만 새로 도입될 기금형 퇴직연금은 개개인의 계좌에 쌓인 돈을 굴려 성과에 따라 퇴직금이 달라지는 확정기여형 구조 위주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이런 개별 자산 운용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권역별 수익률에서 증권사가 9.79%로 가장 높고 은행 5.70%, 생명보험 4.53%, 손해보험 3.81% 순으로 나타난 가운데 인프라 구축에 투자한 기존 민간 금융사들은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이 맡긴 퇴직연금만 국민연금이 운용하도록 제한적으로 참여시키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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