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브랜드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농담처럼 던진 말이 아니었다. 경주 황리단길을 기반으로 종합 외식 브랜드 기업 ‘두더지프로젝트(DDJ Project)’를 운영하는 이원중(45) 대표의 눈빛은 놀라울 만큼 또렷했다.   그가 운영하는 업체 중 하나인 황리단길 인기 카페 '올리브'에서 만난 이원중 대표는 사업가이면서도 창업 육성가였고 투자자이면서도 멘토였다. 세계 시장을 이야기하다가도 다시 경주의 골목으로 시선을 돌렸고 ‘유니콘’ 기업을 말하다가도 결국 젊은 사업가의 삶으로 화제를 옮겼다.   인터뷰 내내 넘치는 에너지와 특유의 진정성 있는 말투에선, 마치 다음 프로젝트를 이미 머릿속에서 설계하고 있는 사람 같았다. 확신에 찬 청년의 패기와 승부사다운 결단력, 동시에 선하고 소년 같은 이미지가 묘하게 공존했다.   그는 자신의 사업을 ‘F&B 회사보다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더 가깝다’고 소개했다. “SM이나 하이브가 연습생을 키우듯 저희도 로컬브랜드와 청년 창업가를 키웁니다. 브랜드도 육성하고 사람도 육성하죠” 이는 두더지프로젝트의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말이다.   ‘두더지프로젝트’. 이 회사 이름도 독특하다. “두더지는 조용히 땅속을 파면서 자신의 일을 묵묵하게 하는 것처럼 저도 그런 기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지방에는 아직 저평가된 자산이 정말 많습니다. 두더지처럼 그것을 먼저 발견하고 키우고 싶었습니다” 그의 철학은 화려한 성공보다 꾸준한 실행에 있다. 그래서 지금도 그는 경주의 각종 모임보다는 현장을 택한다.   이 대표는 경주고를 졸업하고 미국 UCSD(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큰 시장을 보고 싶어 떠났던 미국행이었지만 귀국 후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많이 방황했습니다. 첫 취업도 서른셋이었고 첫 창업은 서른 네다섯쯤이었습니다"   창업 자본은 겨우 5000만원. 좋은 디자이너를 쓸 돈도 없어 “공사도 직접 했습니다. 전문 디자이너 대신 일반 시공업자와 함께 ‘이런 느낌이면 좋겠다’고 설명하면서 하나하나 만들었죠”   그렇게 황리단길의 오래된 한옥 하나가 다시 생명을 얻어 황리단길을 대표하는 한식 브랜드 ‘향화정’으로 2019년 문을 열었다. 이후 ‘황남샌드’, ‘황남우엉김밥’, 카페 ‘올리브’, 주점 ‘고도리’, 한식집 ‘월계관’, 곰탕집 ‘은목당’, 한과점 ‘경주약과방’ 등 10여 개 브랜드가 잇달아 탄생됐다. 이들 브랜드는 모두 긴 웨이팅으로 유명할 만큼 현재 성업 중이다.    현재 두더지프로젝트는 연매출 61억원, 직원 31명 규모의 로컬 F&B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숫자보다 더 큰 성과를 다른 곳에서 찾는다. ‘브랜드보다 사람을 만든다’는 것으로, 그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육성’이었다.    실제로 두더지프로젝트는 단순히 식당을 운영하는 회사가 아니다. 청년 창업가를 발굴·교육하고 투자와 브랜딩, 메뉴 개발, 공간 기획, 시제품 제작, 실제 창업, 해외 진출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벤처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경주는 물론 경북 소상공인, 청도와 영덕 등 다른 지역의 창업육성도 하고 있다.    “좋은 청년을 만나면 바로 창업시키지 않고 먼저 1년 정도 함께 생활하며 배우고 성장시킵니다. 처음에는 기술을 가르치고 나중에는 리더십을 익히게 하죠.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과정입니다”   실제 DDJ 창업인턴십은 6~8개월 동안 재무·노무·브랜딩·현장실습·사업계획 수립을 모두 경험하는 실전형 프로그램이다. 교육이 끝나면 황리단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어 시장성을 검증하고 투자자와 연결하며 미국 등 해외진출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최근엔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역 고유의 특성을 반영한 로컬 콘텐츠를 발굴하고 관계인구 유입과 지역 상권 활성화를 지원하는 ‘생활권 단위 로컬 콘텐츠 활성화 사업’의 참여기업으로도 선정됐다.    그에게 경주는 고향 이상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외식업 운영을 보며 자랐고 황남동과 사정동 골목에서 뛰어놀았다. “경주는 마음의 고향입니다. 그리고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경주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콘텐츠’를 꼽았다. “경주는 술, 빵, 음식, 농산물 등 모든 것에 잠재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저평가돼 있죠. 지금 경주에서 잘되는 브랜드 상당수가 외지 기업입니다. 물론 나쁘진 않지만 이제는 경주 청년이 경주의 콘텐츠를 세계로 가져가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시선은 이미 미국 시장을 향하고 있다. 오는 1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첫 매장을 열 계획으로, 9월 경주에서 선보이는 신메뉴가 그대로 미국으로 향한다. “로컬이 글로벌이 되는 것입니다. 경주에서 만든 음식이 그대로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죠” 이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경주 청년들을 세계 무대로 내보내는 것이다. “제가 먼저 진출해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 창업가들을 미국으로 데려갈 생각입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터 같은 역할로, 경주 청년 가운데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찾아 세계 무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두더지프로젝트는 경주에서 12명의 청년 창업가, 10개 F&B 브랜드, 82명의 지역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또 한동대학교,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등과도 손잡고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구글 스타트업과 협력하며 MYSC·에토스펀드 등 투자기관과도 연계하고 있다.   두더지프로젝트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지역 장인들과의 협업이다. 사라질 위기에 놓인 백년 소상공인의 기술을 청년들의 감각으로 다시 디자인하고 약과, 주악, 전통주, 쌀, 우엉, 체리 등의 경주의 식재료와 장인의 손맛은 청년들의 브랜딩을 만나 새로운 상품으로 태어난다. 그는 이를 ‘세대를 잇는 창업’이라고 말했다.   “훌륭한 기술이 사라지는 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청년들이 그 기술을 이어받아 새로운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 가장 건강한 지역 생태계라고 생각합니다” 이원중 대표가 꿈꾸는 미래는 결국 사람이다.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도시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좋은 일자리가 없다면 좋은 창업을 유도하면 됩니다”   그래서 그는 경주의 농산물을 직접 재배하는가 하면, 양조장을 만들고 연구소를 운영하며 청년 창업자 숙소까지 손수 마련했다. 원재료 생산에서 제조, 브랜딩, 판매, 해외 유통까지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계속 두더지처럼 일하겠습니다. 조용히, 하지만 꾸준하게요. 경주 브랜드가 세계에서 통하는 그날까지” 경주를 넘어 세계로 향한 길을 부지런히 뚫으며 두드리고 있는 이원중 대표는 세계 무대에 세울 또 다른 주인공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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