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재난관리평가는 지자체의 안전 수준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잣대다. 예방부터 대비, 대응, 복구까지 45개 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만큼 단기간의 성과나 일회성 행정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포항시가 올해도 재난관리평가 우수기관에 선정되며 3년 연속 우수기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장관 표창과 특별교부세 확보도 의미가 있지만,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성과를 만들어낸 과정이다.포항은 누구보다 재난의 아픔을 잘 아는 도시다. 2017년 촉발지진, 반복되는 태풍과 집중호우, 냉천 범람과 침수 피해까지 시민들은 재난이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했다. 그만큼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고, 행정 역시 과거의 방식으로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이번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도 화려한 시설이 아니라 현장에 있었다. 침수 우려 지역을 미리 관리하고, 위험이 예상되면 주민을 선제적으로 대피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과거 피해 사례를 분석해 실제 훈련에 반영했고, 29개 읍·면·동을 재난안전통신망으로 연결해 초기 대응 속도를 높였다. 소방과 경찰, 전기·통신기관까지 하나의 대응 체계로 묶은 점 역시 눈에 띈다.24시간 운영되는 재난안전상황실은 재난 발생 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재난 상황은 시간과의 싸움인 만큼 초기 대응의 속도가 피해 규모를 좌우한다. 이러한 상시 대응체계는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재난은 발생한 뒤의 대응보다 발생하기 전 준비가 더 중요하다. 피해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예방 중심 행정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최근 기후변화는 재난의 양상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보기 어려웠던 국지성 집중호우와 기록적인 폭염이 일상이 되고 있으며, 예측을 뛰어넘는 자연재난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행정 역시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해서는 시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특히 재난 대응은 어느 한 부서만의 노력으로 완성될 수 없다. 행정과 소방, 경찰, 의료기관, 한국전력과 통신기관, 민간단체가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움직일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한다. 협업이 곧 재난 대응력이라는 사실을 이번 평가 결과는 다시 한번 보여준다.무엇보다 시민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무리 촘촘한 행정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재난 상황에서 대피 안내를 따르고 안전수칙을 실천하는 시민들의 참여가 없다면 피해를 최소화하기는 어렵다. 안전은 행정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공의 가치다.3년 연속 우수기관이라는 성과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성과가 시민들에게 '안심'으로 이어지는 일이다. 평가 결과는 숫자로 남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안전은 현장에서 결정된다.또한 우수기관이라는 타이틀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선이다. 평가를 통과했다고 해서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재난관리 체계를 요구받는 만큼 지속적인 투자와 점검,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포항은 산업도시이면서 해안도시라는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태풍과 해일, 산업재해, 지진 등 다양한 유형의 재난 가능성이 공존하는 만큼 다른 도시보다 더욱 정교한 안전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응체계가 앞으로도 꾸준히 보완돼야 한다.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행정은 화려한 성과보다 평범한 일상이 지켜지는 것이다. 비가 많이 와도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고, 태풍이 와도 불안하지 않으며, 위기 상황에서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행정이야말로 최고의 복지다.결국 재난관리는 사고가 발생한 뒤 얼마나 잘 수습했는지가 아니라, 사고를 얼마나 미리 막아냈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눈에 띄지 않는 예방 행정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행정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