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이 얇은 나무판을 김밥처럼 말아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담수화 장치를 개발했다. 햇빛이 없는 밤에도 주변 공기의 열을 끌어와 물을 증발시키고, 표면에 쌓인 소금도 스스로 제거하는 방식이다.포스텍 화학공학과 전상민 교수 연구팀은 얇게 켠 나무판을 원통형으로 말아 만든 ‘우드 스크롤’을 이용해 전기 없이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기술을 구현했다고 21일 밝혔다.연구 결과는 물·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npj Clean Water’에 게재됐다.태양광 담수화는 햇빛으로 바닷물을 데워 수증기를 만든 뒤 이를 다시 물로 모으는 기술이다. 바닷물이 증발할 때 소금은 남고 순수한 수증기만 빠져나오기 때문에 이를 식수로 활용할 수 있다.그러나 기존 장치는 크기를 키울수록 물을 높은 곳까지 끌어올리기 어렵고 오래 사용하면 표면에 소금이 쌓여 물길을 막는 문제가 있었다.연구팀은 얇은 나무판을 여러 겹 말아 이 문제를 해결했다. 나무판 사이에 생긴 틈이 빨대처럼 바닷물을 위로 끌어올리고, 증발 뒤 남은 소금은 다시 아래쪽 바닷물로 흘러 내려가 녹는다.연구팀은 물길이 무조건 좁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했다. 통로가 지나치게 좁으면 물은 잘 올라가지만 소금이 빠져나가기 어려워, 물 공급과 소금 배출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적절한 간격이 필요했다.높이 40㎝의 우드 스크롤은 맑은 날 정오 수준의 햇빛 아래에서 1시간에 ㎡당 35.8㎏의 물을 증발시켰다. 이는 실제로 모은 담수량이 아니라 장치가 증발시킨 물의 양이다.해가 진 뒤에도 증발은 이어졌다. 원통형 장치의 넓은 옆면이 주변 공기의 열을 흡수해 바닷물을 계속 증발시켰기 때문이다. 낮 동안 장치 표면에 쌓인 소금도 밤사이 다시 녹아 없어지는 현상이 확인됐다.연구팀이 야외에서 만든 담수는 세계보건기구의 음용수 기준을 충족했다. 이 물로 보리를 키우는 실험에도 성공해 식수뿐 아니라 농업용수로 활용할 가능성도 확인했다.전상민 교수는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하는 소재 개발에서 벗어나 장치의 구조를 바꿔 주변 공기의 열까지 활용했다”며 “전력과 대규모 수처리 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담수화 기술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다만 실제 현장에 적용하려면 장치를 대량으로 제작하는 기술과 증발한 물을 효율적으로 모아 저장하는 설비를 추가로 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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