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포항지진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지열발전사업 관계자 5명에게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지진 발생 9년 만에 나온 첫 형사사법 판단이다.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부는 23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지열발전 컨소시엄 주관기관 관계자 2명과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 2명, 대학 산학협력단 연구책임자 1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재판의 핵심은 지열발전사업이 포항지진에 영향을 줬는지가 아니라, 피고인들이 규모 5.4 지진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는지와 이를 막아야 할 구체적인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였다.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별 주의의무와 그 위반, 대규모 지진에 대한 예견 가능성, 업무상 과실과 인명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돼야 한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같은 요건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검찰은 본진 발생 7개월 전인 2017년 4월 규모 3.1 지진이 발생한 뒤 사업을 중단하고 정밀 위험분석을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지진 관측과 분석, 안전관리 기준인 신호등체계 운영이 부실했고, 계획보다 많은 물을 주입한 수리자극이 대규모 지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였다.그러나 법원은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과 관련 법령, 안전관리 기준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에게 규모 5.4 지진을 예측하고 사업을 전면 중단할 의무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피고인들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사정만으로 지진과 인명피해에 대한 형사책임까지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이번 무죄 판결이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사업의 과학적 연관성을 전면 부정한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앞서 대구고법은 포항지진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지열공 굴착과 물 주입이 단층에 영향을 줘 지진을 촉발했거나 적어도 지진 발생에 영향을 미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의 촉발지진이었던 점과 당시 구체적인 법적 규제 기준이 없었던 점, 지진 예측 기술의 한계 등을 들어 관계기관의 과실과 상당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다.형사재판은 민사재판보다 훨씬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지열발전사업과 지진 사이에 과학적 연관성이 있더라도 개별 피고인의 행위가 지진과 인명피해를 일으켰다는 점까지 명확히 증명되지 않으면 형사처벌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검찰은 결심공판에서 피고인들에게 금고 1년에서 5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의 항소 여부에 따라 포항지진 관계자들의 형사책임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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