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폭염과 가뭄이 한반도를 집어삼켰다. 연일 쏟아지는 폭염 경보 속에서 국민들은 숨을 죽인 채 외출을 삼가고 있다. 정부는 늘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국정의 최우선 순위’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들이 마주한 현실은 각자도생의 서글픈 풍경뿐이다. 밖으로 나가면 살을 태울 듯한 불볕더위가, 집 안으로 피하면 숨통을 조여오는 ‘냉방비 폭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우리 사회를 덮친 에너지 위기는 과거의 그것과 결이 다르다. 지난날 고유가 사태 당시 정부는 전 국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한 바 있다. 그때는 기름값이 아까우면 자동차 열쇠를 내려놓고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차선책이라도 있었다. 불편함을 감수하면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선택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폭염은 다르다. 기록적인 더위 속에서 냉방기를 끄라는 것은 단순한 절약의 요구가 아니다. 그것은 사선(死線)으로 걸어 들어가라는 강요이자, 건강과 생명을 포기하라는 압박이다.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된 인간의 삶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노약자들과 취약계층의 뉴스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이제 냉방은 사치나 복지가 아닌, 엄연한 ‘생존의 필수재’다.정작 민생을 돌봐야 할 정치권은 어디에 있는가. 여야를 막론하고 말로만 민생을 외칠 뿐, 정작 폭염이라는 거대한 재난 앞에 신음하는 국민들의 ‘생존 청구서’에는 눈을 감고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거시경제 지표가 아니다. 당장 오늘 밤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전기요금 몇 만 원의 무게를 알아달라는 절박함이다.국가의 존재 이유는 명확하다.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즉각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현장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사상 최악의 더위 속에서 국민들이 쓰러지기 전에, 냉방비 부담을 덜어줄 ‘긴급 냉방비 보조금’ 지원책을 신속히 과감하게 결단해야 한다.폭염이라는 재난 앞에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 이것이 지금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제1의 책무다. 더 늦기 전에 정치권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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