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 지역의 소멸 위기 대응에 지원되는 기금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배분액 기준마저 모호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인구소멸지역에 매년 1조 원 수준의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방정부의 지역특화사업 발굴에 투자되지만 우수한 계획과 성과를 보인 지역에는 평균 배분액의 최대 두 배를, 현저히 부실한 지역에는 절반 수준을 배분한다는 방침이다.   대부분 시설 건립에 편중된 기금은 앞으로는 일자리·주거·돌봄 등 주민 체감형 사업에 집중키로 했다. 지방소멸은 특정 지방정부가 사업을 잘못해 생긴 문제가 아니다.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인 국가적 불균형의 결과다.   이 거대한 흐름 앞에서 인프라와 행정 역량이 부족한 비수도권 군 지역에 단기간의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밀물을 앞에 두고 모래성을 지키라는 주문과 다르지 않다.   투자 계획 평가에서 하드웨어 편중을 줄이고, 완공 시설의 운영 상태와 실질적 인구 유입 효과 등 성과 평가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기금 활용 범위를 확대해 기반시설뿐 아니라 지역 활력 제고 프로그램 개발로 바뀌어야 한다. 시설 건립 중심에서 벗어나 인구 유입·정주 여건 개선으로 '사람 중심' 성과를 내는 사업에 더 집중하도록 평가·배분체계가 개편돼야 한다.   행정안전부의 2027년도 지방소멸대응기금 평가가 본격화됐다. 10월까지 평가를 마치면 지역별 배분액이 결정된다. 출발선이 다른 지역을 같은 결승선에 세워 예산을 깎는다면, 가장 절박한 지역이 먼저 밀려날 수 있다.   국가예산정책처도 최근 기금의 인구 감소 완화 효과를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확인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미집행액은 약 9500억 원에 달했다. 돈의 규모보다 지역 문제를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을 설계할 역량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열악한 지방정부일수록 주민 체감형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지방소멸을 최소화하려면 취약 지자체에 전문 인력과 공동 기획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 생활 인구를 단순 방문자 수가 아니라 체류 시간, 재방문율, 숙박과 지역 내 소비까지 반영하는 지표로 정교화해야 한다. 상용직 일자리와 청년 정착을 명시적 목표로 삼고, 일자리·주거·보육·교육을 묶어 장기 추적해야 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잘하는 지역을 선별하는 상금이 아니다. 혼자서는 버티기 어려운 지역들이 함께 살아남도록 만드는 연대의 재정이어야 한다. 평가 기준이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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