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포항지진과 관련한 민·형사 재판에서 지열발전 사업 관련 기관과 관계자들의 주의의무와 책임 범위를 놓고 서로 다른 판단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는 16일 민·형사 판결에서 포항지진의 촉발 원인에 대해서는 비슷한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주의의무와 책임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이 엇갈렸다며 형사사건 항소심에서 이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부는 지난달 23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포항지열발전 컨소시엄 주관기관 관계자와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 등 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재판부는 포항지진이 지열발전 연구사업 과정에서 이뤄진 수리자극 등의 영향을 받아 촉발됐다는 점은 인정했다.그러나 피고인들이 당시 지진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고,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지진 발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반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는 이에 앞선 지난달 10일 한국화재보험협회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노지오테크놀로지, 포스코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사업 관리기관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재판부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국가 연구개발사업 관리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또 지진 관측·분석과 안전관리방안 수립 등을 맡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도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고 두 기관을 공동불법행위자로 인정했다. 다만 자연적으로 축적된 지구조 응력 등의 영향을 고려해 두 기관의 책임은 피해액의 30%로 제한했다.민사와 형사재판은 책임 요건과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가 달라 두 판결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하지만 범대본은 위험정보를 보고받고 사업을 관리한 기관에는 주의의무 위반과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 정작 현장에서 사업을 수행하거나 지진을 분석·보고한 관계자들의 형사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범대본은 “민사와 형사의 증명 정도가 다르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관리·감독기관에는 위험을 예견하고 대응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하면서 직접 작업을 수행하거나 분석·보고한 전문가들에게는 형사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또 형사사건 항소심에서 예견가능성과 주의의무 위반,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판단을 다시 살펴야 한다고 촉구했다.특히 서울중앙지법 민사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형사사건 기록을 대조해 1심 형사재판의 사실인정과 법리 판단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모성은 범대본 의장은 “이번 판결은 인공지진으로 피해를 본 포항시민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라는 또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며 “항소심에서 책임 문제를 다시 면밀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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