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새벽 포항시 북구 기북면 탑정리.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산자락 위로 유인헬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한 약제 살포가 시작되면서 고요하던 숲에 헬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박은식 산림청장과 박용선 포항시장을 비롯해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경북도, 포항시 관계자 등 50여 명도 이른 시간 현장을 찾았다. 포항의 소나무재선충병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로 읽힌다.이날 포항시가 강조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피해 밀도와 산림의 보존 가치, 그리고 확산의 경계에 해당하는 ‘선단지’ 여부 등을 따져 지역별로 방제 방법을 달리하겠다는 것이다.기북면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상대적으로 피해 밀도가 낮아지고 있는 기북면에서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죽장면 등 인근 지역으로 피해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지난 6월 17일부터 이날까지 세 차례에 걸쳐 탑정리 일대 소나무림 80㏊에 유인헬기를 이용한 항공방제를 실시했다.하지만 산림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80㏊’라는 숫자보다 훨씬 무겁다.소나무 한 그루는 단순한 방제 대상이 아니다. 주민들에게는 오랫동안 바라본 마을의 풍경이고, 시민들에게는 쉼터이며, 일부 산림은 송이 등 지역 임산물과도 연결돼 있다. 소나무가 하나둘 말라가는 모습은 곧 지역의 삶과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그래서 주민들이 행정에 묻고 싶은 것도 결국 하나다. “그래서 우리 숲을 지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포항시는 2023년 유인항공방제를 중단한 이후 솔수염하늘소 등 매개충 확산으로 대면적 피해지역의 확산 차단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항공방제를 다시 실시한 것도 그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문제는 이제부터다. 헬기가 세 차례 떴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 실제로 피해가 줄었는지다. 매개충의 밀도는 어떻게 변했는지, 감염목 발생은 감소했는지, 기북면에서 죽장면으로 이어지는 확산세가 꺾였는지 꾸준히 확인해야 한다.특히 포항시가 말하는 ‘선택과 집중’이 성과를 거두려면 과학적인 예찰과 신속한 피해목 제거, 예방 나무주사, 드론·항공방제를 하나의 체계로 묶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이날 관계자들이 기계면 서숲으로 이동해 드론방제와 예방 나무주사 현장을 점검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서도 보존 가치가 높은 소나무림만큼은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마을숲과 주요 소나무림도 마찬가지다. 모든 나무를 살릴 수 없다면 무엇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지부터 정하고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산림 전문가뿐 아니라 숲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빠져서는 안 된다.헬기는 떠났다. 하지만 소나무재선충병과의 싸움은 이제부터다. 포항시가 “확산 속도가 방제 속도를 앞서고 있다”고 진단한 만큼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총력 대응’이라는 말이 아니다. 내년에도 푸른 소나무 숲을 볼 수 있다는 결과다.이제 남은 것은 행정의 실행력이다. 이번 항공방제가 단순한 일회성 방역에 그치지 않고 포항의 소나무 숲을 되살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시민들은 숲을 바라보며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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