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시간을 꼬박 누워 있었는데도,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이 젖은 솜처럼 무거운 날이 있습니다. 분명 잘 만큼 잤다고 여겼는데 어딘가 개운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흔히 잠을 시간의 길이로만 가늠합니다. 몇 시간을 잤느냐가 곧 잘 잤느냐의 기준이 되는 셈이지요.    그런데 잠에는 길이 못지않게 중요한 결이 있습니다. 얕은 잠과 깊은 잠, 꿈꾸는 잠이 밤새 어떤 순서로 짜이느냐, 이른바 수면의 구조입니다. 그리고 이 구조를 좌우하는 것이 뜻밖에도 따로 있다는 이야기를 최근의 한 연구가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낮 동안 우리가 쬐는 빛입니다.빛이 잠을 흔든다는 사실 자체는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우리 눈 안쪽에는 사물을 보는 일과는 무관한 특별한 세포가 따로 있습니다. 이 세포는 밝기를 감지해, 뇌 깊은 곳의 몸속 시계에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를 일러줍니다.    아침 햇빛이 이 시계를 맞추고, 밤의 강한 빛은 잠을 부르는 멜라토닌을 억눌러 잠을 밀어냅니다. 그래서 낮에는 밝게, 저녁에는 어둑하게, 잘 때는 캄캄하게 지내라는 조언이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다만 이 권고의 대부분은 조명이 정교하게 통제된 실험실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실험실은 깔끔합니다. 그러나 우리 삶은 그렇지 않습니다. 창밖의 빛은 시시각각 바뀌고, 자고 싶은 시각도 저마다 다릅니다. 실험실의 단정한 결론이 어수선한 일상에서도 그대로 이어질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사람들을 평소 생활에 그대로 둔 채, 손목에 작은 장치 두 개를 채웠습니다. 하나는 빛의 밝기를 재고, 다른 하나는 잠을 측정하는 장치였습니다. 그렇게 여든아홉 명에게서 500일이 넘는 자료를 모았습니다.결과는 짐작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낮에 밝은 빛을 오래 쬔 사람일수록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눈길을 끈 것은 빛의 양이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규칙적으로 빛을 쬐었느냐가 잠의 질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매일 비슷한 시각에 밝은 빛을 받고, 하루 안에서도 빛 노출이 널뛰지 않고 고른 사람일수록 깊은 잠이 진했습니다.깊은 잠은 본래 잠의 초반부에 몰리는 성질이 있습니다. 규칙적인 빛은 그 성질을 한결 또렷하게 다듬어 주었습니다. 매일 같은 시각에 밝은 신호가 들어오면 몸속 시계는 그만큼 흔들림 없이 돌아갑니다. 같은 시각에 감아 주는 태엽처럼 말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우리가 밝다고 여기는 실내조명은 바깥 햇빛에 견주면 한참 어둡습니다. 낮에 충분히 밝은 빛을 쬐고 있다는 우리의 믿음은 생각보다 근거가 약합니다.오늘부터 실천할 일은 단순합니다. 아침에 잠시 밖으로 나가 햇빛을 마주하고, 저녁에는 조명을 한 단계 낮추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하루치 빛의 총량을 채우는 일이라기보다, 매일 비슷한 리듬을 몸에 새겨 주는 일입니다. 우리 몸은 요란한 처방보다 꾸준한 규칙에 더 정직하게 응답합니다. 오늘 밤의 깊은 잠은 오늘 아침 창가에서 이미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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