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원대 포항 구룡포 골프장 조성사업의 개발행위허가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포항시 내부의 자체 감사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대규모 개발사업이 시장 교체기의 행정 공백기에 국장 전결로 처리된 경위부터 당시 담당 과장의 보고 내용, 당선인 측과의 협의 여부, 인·허가 용역업체의 역할 및 전직 공무원 관여 의혹까지 여러 쟁점이 불거졌지만 포항시 감사실이 이에 대해 적극적인 사실관계 확인이나 감사에 나섰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논란이 된 사업은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병포리 일대 옛 채석장 부지 약 100만㎡에 18홀 규모 골프장과 150실 규모 관광숙박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알려진 총사업비만 1070억 원에 달한다.포항시는 개발행위허가가 관련 사무전결 규칙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됐다는 입장이다. 개발행위허가 전결권자가 국장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국장이 최종 결재했다는 사실만으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하지만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누가 결재했느냐’에만 있지 않다. 사업 규모가 1000억 원을 넘고 골프장뿐 아니라 관광숙박시설과 진입도로, 환경·교통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대규모 개발사업인 만큼 당시 행정 판단이 어떤 근거와 절차를 거쳐 이뤄졌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특히 해당 규칙에는 전결 대상 업무라도 결정 내용이 중요해 전결권자의 책임 범위를 넘어선다고 판단될 경우 상급자 또는 차상급자가 결정하도록 하는 취지의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따라 포항시는 해당 사업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 국장 전결로 처리했는지, 상급자 보고는 있었는지, 주요 인·허가 사항에 대한 법적·행정적 검토는 어느 수준까지 이뤄졌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더욱이 허가 시점이 전임 시장 퇴임 이후 민선 9기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활동하던 행정 전환기였다는 점도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당시 도시계획과장이 담당 국장에게 ‘당선인 측과 충분히 협의했다’는 취지의 보고를 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신임 시장 측에는 사업 내용과 허가 추진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양측의 설명이 엇갈린다면 이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당시 누가 누구를 만났는지, 언제 어떤 내용의 업무보고가 이뤄졌는지, 관련 문서와 보고자료는 무엇인지, 인수위원회 또는 당선인 측에 공식적으로 사업 내용이 전달됐는지 등을 행정기록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그런데도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포항시 감사실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시민 입장에서는 묻지 않을 수 없다.도대체 감사실은 무엇을 감사해야 감사에 착수하는 것인가. 감사실의 역할은 문제가 확정된 뒤 책임자를 찾아내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행정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 행정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 역시 중요한 감사 기능이다.특히 이번 사안처럼 허가 과정과 보고 내용, 당선인 측 협의 여부, 용역업체의 역할 등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오고 있다면 감사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누가 옳으냐’를 예단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인·허가 용역업체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사업자와 용역업체가 어떤 계약을 체결했는지, 용역 범위는 무엇이었는지, 담당 공무원들과 어떤 공식적인 업무 협의를 했는지, 제출된 자료와 의견이 허가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특히 포항시 도시계획 분야 간부 출신 인사가 용역 과정에 참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면 해당 인사의 정확한 신분과 역할, 사업 관계자와의 접촉 여부 등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물론 현재 제기된 의혹만으로 당시 담당 공무원이나 용역업체 관계자가 위법행위나 특혜에 관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감사가 필요하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감사 결과를 통해 해소하면 되고, 절차상 문제가 발견된다면 그에 맞는 행정적 조치를 취하면 된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포항시 행정에 대한 불필요한 의혹 역시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그런데 의혹은 계속 제기되는데 행정기관이 “적법하게 처리됐다”는 설명만 반복하고 내부 감사조차 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오히려 더 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포항시 감사실이 이번 사안을 단순한 민원이나 외부의 문제 제기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시민의 세금과 행정권한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일수록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포항시 감사실은 이제라도 개발행위허가 관련 결재문서와 내부 검토자료, 당시 보고 및 협의 기록, 인수인계 자료, 용역업체와 담당 부서 간 공식적인 업무자료 등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필요하다면 감사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상북도 등 상급 감사기관에 감사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감사할 사안이 아니어서 감사하지 않는 것인지, 감사할 사안인데도 감사하지 않는 것인지 포항시 감사실은 시민들에게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대규모 개발사업의 허가 과정에 대한 의혹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단순히 한 건의 인·허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행정기관 스스로가 시민의 의혹을 해소할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포항시가 진정으로 이번 사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감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공개적으로 확인하면 된다. 감사 결과 문제가 없다면 행정의 정당성을 더욱 분명하게 입증할 수 있고,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으면 된다.이제 공은 포항시 감사실로 넘어갔다.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거창한 해명이 아니라 ‘누가, 언제, 무엇을 근거로 허가를 결정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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