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의 유일한 응급실이었던 왜관병원 응급실이 문을 닫은 지 한 달째로 접어들고 있다. 응급실 하나의 운영 중단으로 치부하기에는 지역사회가 받아들이는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응급의료는 환자 수나 손익계산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군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왜관병원은 칠곡군의 지원을 받아 올해 말까지 응급실을 운영하기로 했지만 지난달 31일 의료진 확보난과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운영을 중단했다. 계약기간을 5개월 남겨둔 시점이었다.병원 측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응급실 의료진을 확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높은 인건비와 적자 누적이 병원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것도 현실이다. 응급실 이용 환자가 감소한 상황에서 24시간 의료진을 유지해야 하는 병원 측 고충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그러나 그것과 계약의 책임은 별개의 문제다.왜관병원 응급실에는 군민의 세금이 투입됐다. 공공예산을 지원받고 일정 기간 응급실을 운영하기로 약속했다면 경영난과 의료진 구인난만으로 계약 중단의 모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응급실은 일반 영업시설과 다르다. 문을 닫는 순간 그 부담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과 행정기관, 119 구급체계로 넘어간다.칠곡군은 응급실 운영 중단에 대응해 기산면보건지소를 중심으로 긴급 의료체계를 마련하고 의료 공백 최소화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보건지소의 응급 대응체계가 병원 응급실의 기능을 온전히 대신할 수 있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중증 환자의 경우 몇 분, 몇십 분의 차이가 생사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응급실 운영에 투입된 보조금의 집행 문제다.이달 19일 칠곡군의회와 군, 병원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댔지만 의료진 급여와 당직수당 등 보조금 집행과 관련한 구체적인 자료를 놓고 논란이 제기됐다. 병원 측은 개인정보 등의 이유로 일부 자료 공개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공공예산이 투입됐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보조금이 당초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 지원금 산정 기준과 실제 집행액이 일치하는지는 확인돼야 한다. 의혹을 키우는 가장 좋지 않은 방법은 자료를 둘러싼 불필요한 불신을 방치하는 것이다.칠곡군과 군의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응급실 운영이 어렵다는 신호가 이미 있었다면 계약 상대방의 경영상태와 의료진 확보 상황을 얼마나 면밀하게 점검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운영 중단이 현실화하기 전에 대체 의료체계와 협상안을 마련했는지, 보조금 집행과 정산을 충분히 관리했는지도 따져야 한다.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국민이 응급상황에서 신속하고 적절한 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응급의료 제공자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응급의료를 단순한 민간병원의 경영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떠넘기기가 아니다.병원 측은 응급실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구체적인 경영상황과 보조금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칠곡군은 지급된 보조금의 집행과 정산 여부, 계약상 의무 이행 여부, 지원금 환수 가능성 등을 명확하게 따져야 한다. 군의회도 군민의 생명과 세금이 걸린 문제인 만큼 행정과 병원 양쪽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동시에 가장 시급한 것은 응급실 정상화 또는 이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응급의료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응급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행정기관과 병원 사이의 책임 공방이 아니라 위급한 순간 달려갈 수 있는 의료기관이 있느냐는 단 하나의 문제다.응급실은 이용객이 많을 때만 필요한 시설이 아니다. 하루 한 명의 환자라도 그 한 사람에게는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안전망이 될 수 있다.왜관병원 응급실 사태가 단순한 병원 경영난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병원은 경영상 책임을, 행정은 관리·감독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응급실의 문은 닫혔지만 책임의 문까지 닫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