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가 결국 지방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포항시는 재정 정상화와 조직개편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법정·의무지출 증가와 세입 정체로 재정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 안전과 직결된 필수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지방채를 발행하고, 조직의 유사·중복 기능을 통폐합하는 등 고강도 자구책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자치행정국장이 직접 “시 재정이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그렇다면 이제 포항시가 답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왜 이렇게 됐는가.” 복지비와 인건비, 국·도비 매칭사업처럼 지방정부가 임의로 줄이기 어려운 지출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지방세와 세외수입이 기대만큼 늘지 않는 것도 포항만의 문제는 아니다.하지만 재정 위기를 설명하면서 ‘불가피한 지출’만 이야기해서는 시민들의 납득을 얻기 어렵다. 그동안 포항시가 만들어온 각종 산하기관과 재단, 행사와 사업 가운데 정말 지금도 필요한 것인지 냉정하게 따져볼 때가 됐다.시설관리공단을 비롯해 청소년재단, 문화예술재단 등 각종 출연기관과 조직은 설립 당시 나름의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한번 만들어진 조직과 사업이 시간이 지나면서 ‘없애기 어려운 조직’이 되고, 매년 반복되는 예산이 ‘당연한 비용’으로 굳어지는 것이다.재정이 넉넉할 때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만큼 재정이 어려워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재단 하나, 조직 하나, 사업 하나를 유지하는 데 매년 얼마가 들어가는지 시민에게 공개하고, 그 돈이 시민에게 어떤 성과로 돌아왔는지 설명해야 한다. 특히 각종 축제와 노래자랑 같은 일회성 행사도 이제는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지역 주민들이 즐거워하고 상권에 도움이 되는 행사를 무조건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열리는 행사라면 최소한 투입 예산 대비 시민 편익과 경제적 효과가 어느 정도였는지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사 때마다 무대가 세워지고 가수가 오고 박수가 터진다고 해서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사진 한 장 남기고 행사가 끝난 뒤, 다음 날 시민들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물어야 한다.
 
포항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행사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 하나를 지키는 일이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사업, 노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낡은 도로와 하수관로 정비, 재난 대응, 지역경제의 체질 개선처럼 당장 눈에 띄지는 않지만 도시의 기본을 지키는 사업에 재정을 집중해야 한다.
 
이번 포항시의 조직개편 방침도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유사·중복 기능을 통폐합하고 읍면동 현장 인력을 재배치하겠다는 방향은 맞다. 그러나 공무원 조직만 효율화한다고 재정혁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산하기관과 출연기관, 민간위탁 사업, 각종 보조금, 축제·행사 예산까지 전부 같은 잣대에 올려놓아야 한다.특히 ‘전년도에 했으니 올해도 한다’는 식의 예산 편성부터 깨야 한다. 재정이 위기라면 모든 사업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성과가 부족하면 줄이고, 비슷한 사업이 있으면 합치고,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다면 과감히 맡기고, 시민 체감도가 낮은 사업은 과감히 폐지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채를 ‘해결책’으로 착각하지 않는 것이다. 지방채는 당장의 재정 공백을 메울 수 있지만 결국 갚아야 할 돈이다. 오늘의 행사를 위해 빚을 내고 내일의 시민에게 상환 부담을 넘긴다면 그것은 재정 정상화가 아니라 재정의 미래 이전일 뿐이다.포항시는 이번에 지방채 발행을 최소화하고 2027년부터 채무 상환을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약속과 함께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출 구조조정 목록도 내놓아야 한다. ‘무엇을 줄이겠다’는 선언보다 ‘무엇을 줄였는가’가 중요하다. 포항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행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도시다.노래자랑 한 번의 박수보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주변의 안전한 도로가 중요하고, 하루짜리 축제보다 소상공인이 장사를 이어갈 수 있는 경제 기반이 중요하다. 재정이 넉넉할 때는 누구나 사업을 늘릴 수 있다.진짜 행정의 실력은 돈이 부족할 때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서 드러난다. 포항시가 정말 ‘재정 정상화’를 이야기하려면 이제 보여줘야 한다. 지방채를 얼마나 빌릴 것인가가 아니라, 빚을 내지 않아도 되는 행정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 답을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