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장기향교가 유생과 의병으로 변신해 역사 속 임무를 수행하는 체험형 교육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았다.장기발전연구회는 6일 포항시 남구 장기면 장기향교 일원에서 국가유산 활용 프로그램 ‘장기향교, 태극마크 달다’의 첫 테마인 ‘유생, 의병이 되다’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운영했다.회차별 정원은 20명이었지만 이날 프로그램에는 모두 50여명의 어린이와 가족이 참여했다.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이 역사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당시 인물이 돼 임무를 수행하도록 구성됐다.참가 어린이들은 하늘색 유생복과 유건을 갖춰 입고 장기향교 명륜당에서 조선시대 향교의 역할과 장기지역 선비들의 충의 정신을 배웠다.‘나라에 위기가 닥쳤다’는 상황이 주어지자 유생은 곧 의병으로 변신했다. 어린이들은 워크북과 단서 카드를 이용해 한글 암호를 풀고 장기향교에 모셔진 성현들의 위패에 적힌 이름을 확인한 뒤 장기읍성 북문으로 옮기는 임무를 수행했다.임진왜란 당시 조선군이 사용한 화약무기인 비격진천뢰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재해석한 체험도 마련됐다.참가자들은 점토와 배양토에 야생화 씨앗을 넣어 ‘씨앗 폭탄’을 만든 뒤 향교 누마루에서 던졌다. 비가 내리면 점토가 풀리면서 씨앗이 발아하도록 해 전쟁의 무기를 생명을 키우는 체험으로 바꿨다.식빵에 딸기잼과 블루베리로 태극 문양을 만들고 초콜릿으로 사괘를 표현하는 ‘태극기 샌드위치 만들기’에도 어린이와 부모들이 함께 참여했다.행사의 마지막은 장기풍물단과 함께하는 마을 행진으로 꾸몄다. 유생복을 입은 어린이와 가족들은 태극 문양 소고를 들고 풍물패의 꽹과리·장구·북 장단에 맞춰 향교와 마을 일원을 돌았다.이번 프로그램은 인구가 감소하는 농촌지역의 역사·문화유산을 어린이와 가족이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로 활용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장기면은 포항 도심에서 떨어진 농어촌지역이지만, 지역의 역사와 국가유산에 놀이와 체험을 접목하면서 가족 단위 방문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한 참가 학부모는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왔는데 전혀 아깝지 않았다”며 “아이가 교과서에서 보던 비격진천뢰를 직접 만들어 체험하면서 역사에 훨씬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이종길 장기발전연구회 회장은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일수록 사람을 불러 모을 콘텐츠가 필요하다”며 “장기가 가진 충효와 선비의 역사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것이 좋은 반응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또 “아이들이 장기를 찾아 지역의 역사와 가치를 체험하고 기억해 돌아가는 것이 이 사업의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덧붙였다.‘장기향교, 태극마크 달다’는 국가유산청 국가유산 활용사업 공모에 선정된 프로그램으로 경북도와 포항시가 주최하고 장기발전연구회가 주관한다. 올해 모두 11차례에 걸쳐 장기향교와 학삼서원 등 장기지역 국가유산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