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식물의 생명에서 출발한 세라믹 아티스트 변보은 작가의 시선이 자연의 시간을 넘어 인간의 삶으로 향한다.거친 나무껍질과 매끄러운 백자, 그 사이를 잇는 금빛의 흔적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지나온 시간과 생명의 관계를 빚어낸다.세라믹 아티스트 변보은 작가가 오는 17일부터 30일까지 포항문화예술회관 1층 전시실에서 개인전 ‘생의 결을 잇다-자연과 인간’을 연다. ‘2026년 경북문화재단 전시발간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경북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경상북도가 후원한다. 오프닝과 아트토크는 18일 오후 5시. 이번 전시는 변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나무와 식물의 생명’에 관한 탐구가 자연을 넘어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로 확장된 자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포에서 나이테로, 나이테에서 시간으로, 그리고 자연의 시간에서 인간의 시간으로 이어지는 변보은 작가의 작업 여정을 한 자리에서 살펴보는 전시겠다.변 작가의 작업은 꾸준히 ‘생명’을 향해왔다. 2008~2013년 ‘조율’을 거쳐 2014년부터 ‘About tree cells’를 중심으로 나무의 세포와 생명력을 탐구하며 이를 세라믹 부조와 조형으로 옮겨 자연과 숲의 이미지를 구축해왔다.2021년 ‘보이는 세포, 보고 싶은 생명’, 2022년 ‘생명을 표현하다’ 개인전을 비롯해 중국 경덕진국제도자박람회 유네스코관, 경주아트페어, K-아트페어 대전 등에 참여하며 지역을 기반으로 작업세계를 넓혀왔다.변 작가에게 나무는 한자리에서 수많은 계절을 견디며 나이테를 만들고, 상처와 성장의 흔적을 껍질과 내부에 축적하는 생명력은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과 닮은 것에 다름없다. 작가는 눈에 보이는 나무의 형태를 재현하기보다 그 안에 숨겨진 세포와 생명의 구조, 시간의 흔적을 세라믹이라는 물성을 통해 드러내 왔다.이번 전시에서는 그 관심이 한층 웅숭깊어졌다. 자연의 표면과 내부에서 발견한 세포·나이테·결·층·경계·연결이라는 조형적 언어를 통해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 개별 존재와 관계의 문제를 함께 조망한 것이다.특히 전시 작품에서는 서로 다른 물성이 만나는 방식이 눈에 띈다. 이를테면, 둥글고 매끄러운 백자 형태 위에 나무껍질을 연상시키는 거친 원통형 구조가 결합되고 두 물성이 만나는 부분에는 금빛과 푸른색·청록색 유약의 흔적이 더해져 있다. 부드러운 백자의 곡선과 거친 표면의 대비는 자연과 인공, 외부와 내부,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를 한 화면 안에 병치한다.대표작 ‘Connected Time’은 이러한 전시의 주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나무의 거친 표면을 닮은 수직 형태와 절제된 백자의 형태를 하나의 구조로 연결한 작품이다.또 다른 작품 ‘Plane of Time’은 나무기둥의 단면과 나이테, 세포 구조에서 출발한다. 중심에서 바깥으로 확장되는 층과 반복되는 선을 통해 시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켜켜이 축적돼 현재의 존재를 만든다는 생각을 표현한다.‘Tree_module_energy’에서는 시선이 보다 미시적인 세계로 향한다. 크기와 형태가 다른 세라믹 유닛들이 반복되고 서로 맞물리며 하나의 유기적인 구조를 이룬다. 이는 세포의 증식과 식물의 성장뿐 아니라 개별적인 인간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모습으로도 읽힌다.그의 작업에서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색과 불의 우연성이다. 여러 겹의 색 유약을 쌓고 소성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의도와 불이 만들어내는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함께 표면에 남는다. 이는 모든 과정을 완전히 통제하기보다 자연의 생성과 변화가 가진 에너지를 작업 안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변 작가가 말하는 ‘생의 결’은 자연의 결일 뿐만 아니라 나무가 성장의 시간 속에서 나이테와 상처를 남기듯 인간 역시 살아온 시간과 기억, 관계를 통해 자신만의 결을 만들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특히 이번 전시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곧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선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거친 흙의 표면과 매끄러운 백자, 나이테를 연상시키는 층과 반복되는 세포 구조, 서로 다른 물성이 만나는 경계는 각각 자연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삶을 은유한다.변 작가는 “이번 전시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자연과 생명이라는 언어로 풀어낸 사유와 사색, 그리고 성찰의 기록"이라면서 "잠시 자연의 선과 결이 전하는 고요함 속, 작품을 마주하며 우리가 살아오며 쌓아온 시간의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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