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자격증과 어학을 넘어 자기소개서 첨삭, 현직자 멘토링, 특정 대기업 면접 대비까지 취업 전 과정을 사교육에 의존하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서울 강남에서는 취업 성공 여부에 따라 최대 1200만원을 받는 맞춤형 취업컨설팅 상품까지 등장했다. ‘SK하이닉스 대비반’, ‘삼성전자 DS 면접 컨설팅’처럼 특정 대기업 입사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도 잇따르고 있다.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김모(25)씨는 “현직자가 채용 정보를 알려준다고 하니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취업 사교육 열풍의 배경에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청년 고용난이 자리 잡고 있다.8월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4.1%로 1년 전보다 1.0%포인트 하락했고 청년 실업률은 5.4%로 0.5%포인트 상승했다.5월 기준 최종학교 졸업 후 미취업 청년 가운데 1년 이상 미취업 비중은 48.6%로 2009년 이후 가장 높았고, 3년 이상 미취업도 19.4%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취업 준비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교육의봄과 청년재단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3.7%가 취업 사교육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전공 자격증 52.1%, 어학 43.4%, 자기소개서·면접·포트폴리오 등 취업컨설팅 40.0% 순이었다.취업 사교육비는 월평균 약 30만원이었고 63.6%는 비용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고가 사교육이 특정 대기업 준비에 집중되는 현상을 두고 청년들의 ‘대기업 쏠림’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지난해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20·30대는 157만8920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지만 300인 미만 사업체의 20·30대 취업자는 741만1979명으로 가장 적었다.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사람을 구하기 어렵지만 청년들은 장기간 대기업 채용을 준비하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다만 청년들의 대기업 선호를 단순히 ‘눈높이가 높기 때문’이라고만 비판해서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반론도 크다.2024년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51만원으로 대기업 716만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옮기는 20대 비율도 5~6% 수준에 그쳤다.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뒤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다는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대기업 취업에 장기간 매달리는 경향이 커진다고 분석한다.고가 취업컨설팅의 실효성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380만원짜리 ‘1년 이내 취업 보장’ 프로그램을 등록했다가 중도에 그만둔 한 취업준비생은 상담사와 컨설턴트, 멘토 간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멘토 배정도 늦었다고 말했다.코칭 10회에 220만원을 지불한 다른 취업준비생도 “도움을 받은 부분은 있지만 1시간에 22만원의 가치가 충분했다고 느끼지는 못했다”고 했다.‘취업 보장’의 기준이나 환불 조건이 명확하지 않고 강사의 경력과 전문성을 수강생이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된다.김선희 교육의봄 연구·사업팀장은 “정부 차원에서 청년들이 취업 사교육에 얼마를 지출하는지 실태조사를 진행해 관리·감독을 고려해야 한다”며 국비교육의 질을 높이고 기업도 직무와 직접 관련된 역량 중심으로 채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결국 청년 고용 문제는 ‘청년의 눈높이’와 ‘기업의 일자리 질’ 어느 한쪽만 탓해서는 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대기업 입사를 위해 수년씩 취업을 미루고 고액 사교육까지 감수하는 풍토는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중소기업에 취업해도 임금과 복지, 경력 이동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다시 돈을 들여 사교육을 받고,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지금의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청년 고용난과 취업 사교육 열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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