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월급 명세서에서 어김없이 뭉텅이로 돈이 빠져나간다. 바로 국민연금 보험료이다. 자영업자나 사업소득자는 소득을 조정할 여지가 있지만, 직장인은 급여 명세서가 국세청에 100% 투명하게 공개돼 속이 훤히 보이는 '유리 지갑'처럼 세금과 국민연금 보험료를 월급에서 자동으로 떼인다. 현재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자산은 1400조원에 이른다. 이 자금은 국내외 주식과 채권, 부동산 같은 대체투자 등 전 세계 금융시장에 골고루 퍼져 있다.그러나 이 자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에서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 노후 자산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가 1년 가까이 공석 상태로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10년 넘게 추진돼온 온 자산 배분 기조가 흔들리고, 내부 의사결정의 투명성이 흐려졌다. 최근 국민연금이 단기 체류 외국인이 추후 납부 제도를 악용해 노령연금을 받아온 사례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급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땜질식 대응으로는 안 된다. 근본적인 거버넌스 수술이 필요하다.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제도적 방벽을 세워야 한다. CIO 인선 과정은 체계적인 승계 프로그램과 투명한 검증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내부통제와 준법 감시의 독립성도 강화해야 한다. 대체 자산 투자 시장에서 자금력을 앞세운 권한 남용과 특정 출신들이 밀어주고 끌어주는 불투명한 인사를 원칙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감사실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이해 상충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내부 카르텔의 싹을 잘라내야 한다.사회보장제도의 형평성 기준은 빈틈없이 정비해야 한다. 제도의 빈틈을 파고드는 무임승차를 방치한 채 국민에게만 더 내고 덜 받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국내 거주 요건과 국민연금 실질 납부 이력을 엄밀히 대조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이가 없도록 제도적 맹점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 이주민의 단기 체류나 제도 악용 사례를 선별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정교한 기준 설계가 필요하다. 1400조원의 자금은 평범한 직장인들이 은퇴 이후 삶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쌓아둔 마지막 방어벽이다. 원칙이 허술한 연금에 미래는 없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