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어둡게 지내야 한다는 말은 상식이 되었습니다. 취침 전 휴대전화를 멀리하고 침실 조도를 낮추는 일, 심야 편의점 조명이 수면을 방해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낮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묻는 사람은 드뭅니다. 저 역시 작은 판독실에서 현미경을 보며 하루를 보내고 점심도 건물 안에서 해결하곤 합니다. 밤만 잘 관리하면 된다고 여겨 온 셈입니다.눈 안쪽에는 사물을 보는 시각과 무관한 세포가 존재합니다. 이 세포는 빛을 감지해 뇌 깊은 곳의 생체 시계에 낮과 밤을 알려 줍니다. 야간에 강한 빛이 들어오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므로 밤의 빛을 경계하라는 조언이 나왔습니다. 다만 이 생체 시계는 밤에 어둡다고 해서 온전히 맞춰지지 않습니다. 낮 동안 밝은 빛이라는 신호가 입력되어야 하루의 생체 리듬이 유지됩니다.문제는 우리가 밝다고 느끼는 실내가 실제로는 어둡다는 데 있습니다. 사람의 눈은 어둠에 금세 적응하여 빛 부족을 느끼지 못합니다. 흐린 날의 야외조차 사무실이나 거실보다 밝습니다. 생체 시계 입장에서 실내에서만 보낸 하루는 낮이 아니라 긴 황혼에 가깝습니다.나이가 들면 상황은 불리해집니다. 50대를 넘어서면 동공 크기가 줄고 수정체가 흐려집니다. 생체 시계 세포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파장 빛의 흡수량은 10대 시절에 비해 80대 무렵 70퍼센트 이상 감소합니다. 같은 방에 나란히 앉아 있어도 노년층 부모님의 생체 시계에 도달하는 빛은 자녀의 절반에 못 미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최근 유럽 세 도시에서 60대부터 90대 초반 노인 2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면서 손목과 목에 소형 장치를 달아 빛 노출과 활동량을 기록했습니다. 주간에 빛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활동량이 늘었고, 수면 단절 없이 깨어 있는 시간이 유지되었으며, 주관적인 수면의 질도 높았습니다. 주목할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 비만 등 대사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은 낮에 받은 빛의 총량이 적었습니다.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으나, 밤의 빛만이 대사 질환과 연관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연구진은 참가자 절반에게 조명 기구를 제공하고 12주 동안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전체 결과를 합쳐서 보면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조명을 켠 시각을 기준으로 분류하자 결과가 달라졌습니다. 오전 10시 30분 이전에 조명을 사용한 그룹만 주간 활동이 늘고 일주기 리듬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켠 그룹에서는 이러한 이점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빛은 노출 시간의 길이보다 노출 시점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그러니 밤을 어둡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절반의 노력에 불과합니다. 아침 식사는 창가에서 하고, 점심 식사 후에는 10분 정도 야외로 나가 보십시오. 커피는 사무실 책상 대신 건물 밖에서 마셔도 좋습니다. 연로한 부모님이 주로 실내에 머무신다면, 자주 앉으시는 자리 곁에 조명을 두고 오전에 켜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오늘 밤의 숙면은 어젯밤의 어둠이 아니라 오늘 아침의 빛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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